軍, 北에 “정찰위성 쏘면 9·19합의 정지” 최후통첩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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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北 75~80% 준비완료 판단
주내 발사 가능성에 이례적 경고
“발사 강행땐 필요한 조치 강구”
‘비행금지구역 해제’ 우선 검토

군 당국이 20일 군사정찰위성을 쏠 경우 9·19남북군사합의 효력을 정지하겠다는 취지로 북한에 최후 통첩성 공개 경고를 보냈다.

북한이 정찰위성을 이번 주에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군이 이례적으로 사전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것. 북한의 위성 발사 시 군은 9·19합의의 일부 조항부터 효력을 정지시킬 방침이다. 전방지역 대북 감시와 실사격 훈련을 제약하는 ‘육해공 완충구역’의 일부 해제에 나선다는 것. 정부는 러시아가 북한에 직접 인력을 파견해 정찰위성 기술 진전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군은 이날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대비 합참 대북 경고 메시지’를 내고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우리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도발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9·19합의에 따라 우리 군의 접적지역 정보감시 활동에 대한 제약을 감내하는 것은 군의 대비태세를 크게 저해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라며 “우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정찰위성 발사를 강행한다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정찰위성을 쏘면 9·19합의 효력정지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정부는 9·19합의에 따라 군사분계선으로부터 서부 지역은 10km, 동부 지역은 15km까지 설정된 비행금지구역 해제부터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대남 위협 동향을 감시하기 위한 공중정찰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은 북한의 3차 위성 발사 준비가 75∼80% 수준에 이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앞서 한미 정보 당국은 최근 북한의 위성 발사체 등 발사 장비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인근으로 이동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발사대 제작 및 발사체 기립, 액체연료 주입 등에 1주일 안팎의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합참이 이례적으로 대북경고에 나선 건 이 같은 발사 임박 징후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고위 소식통은 “발사 준비가 거의 다 마무리됐다”며 “기술적으론 오늘 당장 쏴도 이상한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 당국은 북한이 기상 등을 고려해 발사 일자 등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종 승인을 거쳐 조만간 국제해사기구(IMO) 등에 1, 2차 발사 때처럼 추진체의 낙하예상구역 등을 통보하는 등 발사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안보실은 이날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동향과 대비태세를 점검했다. 이번 주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프랑스 순방 기간 북한의 정찰위성 도발 가능성과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9·19 남북 군사합의
2018년 9월 19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뒤 발표한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군사분계선 인근 포 사격 및 훈련 금지 등 남북 간 적대행위 중지를 내세운 ‘육해공 완충구역’ 설정 등 6개조 22개항으로 구성됐다.


정부, 9·19합의 중 ‘공중정찰 10km 후퇴’부터 효력정지 추진


軍, 北에 경고성 최후통첩
‘비행금지구역 설정’ 효력 정지땐, 감시범위 늘어 장사정포 밀착 추적
北, 완충구역 사격 중지 110회 위반… 軍, MDL 인근 훈련재개 대응 검토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오른쪽에서 네 번째)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고 북한의 군사 정찰위성 발사 준비 동향 등을 점검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오른쪽에서 네 번째)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고 북한의 군사 정찰위성 발사 준비 동향 등을 점검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군 당국은 북한이 군사 정찰위성 발사 시 9·19남북군사합의를 일부 효력정지시킬 수 있다는 취지로 이례적 대북 성명을 내며 최후통첩을 했다. 실제 9·19합의의 어떤 조항부터 효력을 정지시킬지 주목된다.

2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9·19합의로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돼 우리 군 정찰 활동에 큰 제약이 생긴 부분을 우선 주목하고 있다. 이에 이 조항부터 효력정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9·19합의에 명시된 비행금지구역은 고정익 항공기의 경우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동부 지역은 남북 각각 40km, 서부 지역은 20km까지다. 무인기(UAV)는 MDL 이남 10km(서부), 15km(동부)까지 비행이 금지됐다.

● “北 장사정포 감시 무인기 비행금지 해제”


우리 공군 유인 정찰기의 경우 비행금지구역으로 인해 RF-16 ‘새매’와 금강 정찰기의 정찰 범위가 동부 지역 기준 40km 남쪽으로 밀려 대북 감시 범위가 크게 축소됐다. 더 심각한 건 최전방에서 운용하는 UAV다. 이들은 무인기 비행금지구역으로 인해 발이 묶였다.

비행금지구역 관련 조항을 효력정지시키면 북한 도발 동향 감시에서 영상 해상도를 높이고 감시 범위도 넓힐 수 있다. 특히 서부 전선은 수도권을 겨냥한 북한 장사정포 기습 도발 징후를 사전에 포착할 수 있는 정찰 감시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게 군의 판단이다. 군 관계자는 “군단급 UAV는 합의 이후 수집 범위가 5∼10km 줄어 특히 산의 후사면 감시에서 제한이 많았다”며 “(효력정지 시) 동·서부 모두 MDL에서 5km 이남에서 운용 가능해 북한이 산의 후사면에 숨겨놓은 장사정포의 이상 움직임까지 밀착 감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사단급 UAV의 경우 탐지 거리가 8km 이내로 짧아 비행금지구역이 계속 적용되면 무용지물로 남을 것이란 평가까지 나온 만큼 합의 효력정지는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최전방 부대의 한 지휘관은 “현재는 비행 제한으로 UAV가 감시하기도 어렵고 실제 상황 발생 시 타격 정확도도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합의 효력을 정지시켜야 북한이 실제 도발에 나서도 사단급·군단급 UAV로 북한의 장사정포 등 표적을 밀착 추적해 타격에 나서는 게 수월해진다는 의미다.

● 군사분계선 인근 포 사격 재개할 수도

MDL 5km 안에서 포병 사격훈련 및 연대급 이상 야외 기동훈련을 전면 중지하고, 동서해 해상 완충구역에서 포 사격을 중지하는 것도 우리 군만 일방적으로 준수하고 있는 대표적인 9·19합의 조항이다. 정부는 포 사격 등 MDL 인근의 훈련 재개도 효력정지 방안 가운데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

앞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서해) 완충구역 내 (북한의) 포 사격 위반은 110여 회”라고 밝힌 바 있다. 해안포 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 폐쇄 조치 위반은 3400여 회에 달한다. 9·19합의에는 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 폐쇄 조치를 취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북한이 전혀 준수하지 않고 있는 것.

북한과 달리 우리 군 당국은 이를 철저하게 준수하고 있다. 연평도 등 서북도서 방어를 위해 배치된 K-9 자주포 등의 실사격 훈련은 연 4회였지만 합의 후 연 2회로 줄었다. 이마저도 ‘장비 순환식 훈련’이라 화물선 등에 장비를 실어 경북 포항 등까지 원정을 가야 한다. 군 관계자는 “실제 작전 지역인 서북도서 부대에 배치된 천무, K-9, 비궁 등 주요 화기만 내륙 지역으로 옮기지 않아도 우리 장병들의 훈련 숙련도나 임무 수행 능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는 북한 정찰위성 발사 등에 대응해 일단 명분이 분명한 조항에 한해서만 효력정지시킨다는 방침이다. 9·19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를 완료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무장화하거나 이미 철거 조치한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를 우리가 먼저 복원할 경우 북한에 추가 도발 명분을 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軍#北#정찰위성#9·19합의#최후통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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