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1일 밤 한국 전역 등을 감시할 군사정찰위성을 실은 발사체를 기습 발사했다. 5월과 8월에 발사에 나섰지만 추락해 실패한 뒤 3번째 발사를 감행한 것. 8월 2차 발사 이후 89일만이다. 북한은 국제기구에 22일 0시 이후 정찰위성을 쏘겠다고 공식 통보했지만 1시간여 일찍인 21일 오후 10시 43분 발사 버튼을 눌러 국제 관례를 노골적으로 무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후 10시 47분경 “북한이 남쪽 방향으로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발사 장소는 앞서 북한이 2차례 위성발사를 시도했던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이다.
이날 오전 북한은 일본 해상보안청을 통해 국제해사기구(IMO)에 ‘22일 0시~12월 1일 0시’ 사이 정찰위성을 쏘겠다고 통보했다. 북한이 위성을 발사하면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을 정지하겠다는 취지로 전날(20일) 우리 군이 최후통첩성 공개 경고를 날린 지 하루 만이다. 북한이 예고한 해상 위험구역(추진체 낙하 구역)은 서해 일대 등으로 1, 2차 발사 때와 같다.
하지만 북한이 예고 시간보다 1시간여 앞서 기습 발사했다. 군 관계자는 “22일부터 동창리 일대에 눈, 비가 예상되는 등 기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며 “최대한 기상이 좋을 시점으로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위성 발사를 최대한 서두른 정황이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최근 북한 고위급 지도부는 “한국보다 군사정찰위성을 먼저 쏘아 올리라”는 취지로 지시한 정황이 우리 군 당국에 포착됐다. 우리 군 정찰위성 1호기는 30일 발사될 예정이다. 결국 러시아로부터 직접 인력을 파견받아 정찰위성 기술을 확보한 북한은 우리를 의식해 정찰위성 도발을 최대한 일찍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를 감행하면서 정부는 예고한 대로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 해제 등 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을 일부 정지하는 절차에 곧바로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남북관계발전법에 남북이 합의한 어떤 사안도 국가안보를 포함해 중대 사유가 발생하면 합의의 부분 또는 전체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는 조항이 기술돼 있다”고도 밝혔다.
영국 국빈 방문 공식 일정을 진행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행사 도중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 소식을 보고받고 즉각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했다.
이런 가운데 미 핵추진 항공모함인 칼빈슨호(10만 t급)는 이날 부산항에 입항했다. 2017년 이후 6년 만에 온 것으로, 지난달 동급의 로널드 레이건호가 입항한 기준으로 한 달 만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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