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랑상품권 예산 7053억 늘려
R&D 1조2701억도 단독 의결
與 “총선용 이재명 하명 예산” 반발
요양-보육 570억은 여야 합의 증액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증액’을 공언한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 5조9930억 원 중 99%에 달하는 5조9360억 원이 국회 상임위원회의 내년도 예산안 예비심사 과정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증액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임위 예비심사는 실제 예산 심사를 담당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 과정에선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이재명표 예산’에 당력을 집중하면서 내년 총선을 겨냥한 ‘여론전’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여권에선 민주당이 추후 예산 최종 증액 및 삭감 과정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상임위를 통과시켜놓은 예산안을 지렛대 삼아 여당과 예산 ‘주고받기’에 나설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주문한 ‘하명 예산’”이라고 날을 세우며 예결위에서의 원점 재검토를 주장했다.
● 민주당 예고한 예산 증액 99% 단독 처리
동아일보가 21일 국회 상임위원회별 내년 예산안 예비심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민주당이 증액을 예고한 10대 예산 항목(5조9930억 원)이 상임위 예비심사 과정에서 대부분 민주당 단독으로 증액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 지도부는 예산안 심사에 앞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5대 생활 예산’(지역사랑상품권, 청년 3만 원 패스,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 지원, 소상공인 에너지 요금 및 대출이자 지원,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과 ‘5대 미래 예산’(연구개발, 새만금 사회간접자본, 재생에너지 사용 100% 달성, 아동수당 등 보육 지원, 청년 예산) 등을 증액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 중 이 대표가 이달 2일 국회 복귀 기자회견에서 직접 제안한 청년 3만 원 패스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2900억 원이 증액돼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됐다. 민주당은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이재명표 예산’인 지역사랑상품권 예산(7053억 원 증액)도 단독 의결했다.
이 대표가 15일 대전 현장 최고위에서 “R&D 예산 복원은 당력을 총동원해서 반드시 해내겠다”고 밝혔던 R&D 예산도 대부분 민주당 단독으로 증액됐다. 민주당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관 부처 R&D 예산 7165억 원을 단독으로 증액한 데 이어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에서도 R&D 관련 예산 5536억 원 증액을 단독 의결하는 등 최소 1조2701억 원 이상을 여당과 합의 없이 증액했다.
여야가 합의 처리한 예산은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 지원 예산’(80억 원 증액)과 ‘영유아 보육비 지원 예산’(490억 원 증액) 등 보건복지위원회 소관 예산뿐이다.
● 與 “절차적 효력 없는데 ‘총선용 무력시위’”
통상 상임위 예산안 심사는 예비심사 과정으로 여겨진다. 상임위 결정을 국회 예결위 심사에서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가 없어서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상임위 단계에서부터 의석수를 앞세운 ‘예산 폭주’에 나서는 것은 내년도 총선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실제 민주당 과방위원들은 과방위 전체회의가 국민의힘 반대로 열리지 않자 전체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은 소위 심사안을 21일 예결위에 전달하는 ‘퍼포먼스’도 했다. 민주당 과방위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예산안 전달이) 법적 효력이 있다기보다 정치적 효력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여권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송언석 의원도 “의석수를 앞세운 일방적인 예산안 처리는 ‘나라는 모르겠고 선거만 이기면 된다’는 심리로 읽힌다”고 비판했다.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내년 총선뿐 아니라 이 대표의 차기 대선 준비를 위해 나라 예산안 심사를 악용하고 있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