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1일 밤 기습 발사한 우주발사체(천리마-1형)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단 분리와 추진 기관 등 주요 기술이 똑같다. 우주발사체의 최상단부에 위성이 아닌 핵탄두를 싣고, 재진입 기술만 확보하면 핵타격용 ICBM으로 전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위성발사체의 탑재체를 탄두로 갈아 끼우면 ICBM이 되는 셈”이라며 “러시아가 발사체와 정찰위성 기술을 전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군은 북한 정찰위성인 만리경-1호가 정상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했다. 북한이 향후 다수의 정찰위성을 궤도에 올려서 지금껏 갖지 못했던 우주 정찰감시능력을 확보할 경우 한미를 겨냥한 핵타격 위협은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러 지원에 성공, ICBM 성능 개량 활용할 것”
북한이 쏜 천리마-1형은 화성-15·17형과 같은 백두산 액체연료 추진체를 사용한다. 이번 발사가 화성-15·17형의 정상각도 발사 테스트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은 그간 모든 ICBM을 고각(高角)으로만 쐈다. 올해에도 화성-15·17형 각 1차례, 화성-18형 고체연료 ICBM 2차례 등 4차례 모두 고각 발사였다. 고각 발사로는 재진입 기술과 최대 사거리 등을 구현하기 힘들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이번 발사로 확보한 비행 데이터와 기술적 제원 등을 화성-15·17형의 성능 개량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날 발표한 대로 향후 다수의 정찰위성을 궤도에 올릴 경우 한미를 겨냥한 우주 감시 위협은 더 심각해지게 된다. 군 당국자는 “이번에 쏜 ‘만리경-1호’의 해상도가 낮다고 해도 한미에 절대 열세였던 우주 감시능력 확보를 시도한 점에서 과소평가는 금물”이라고 말했다.
북한 정찰위성의 해상도는 3∼5m 수준으로 낮지만 한미 주요 군 기지 동향과 괌과 주일미군 기지에서 미 전략자산의 전개 여부 등을 제한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군 소식통은 “유사시 전술핵으로 대남 동시 타격을 노리는 북한으로선 정찰위성으로 한미 전력의 개략적 움직임만 파악해도 성공이라고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북한이 러시아 지원을 받아 고해상도 광학장비가 장착된 정찰위성을 개발해 10기 이상 배치할 경우 한미의 주요 군사 활동을 거의 실시간으로 염탐할 수 있게 된다. 군 당국자는 “향후 북한이 한미를 겨냥한 핵미사일과 다수의 고성능 정찰위성을 통합 운용하게 되면 미국의 확장억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北, 美 전략자산 발진기지 첫 촬영 주장
북한은 이날 만리경-1호가 처음 촬영한 괌 앤더슨 공군기지와 아프라항의 항공우주사진을 전송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봤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위성 사진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앤더슨 기지는 최근 한국에 연이어 출격한 B-52 전략폭격기 등의 주요 발진기지다. 아프라항은 적국의 핵 공격 시 가공할 핵 보복에 나서는 미 전략핵잠수함(SSBN)의 주요 기항지다. 만리경-1호의 최우선 임무가 유사시 한반도로 투입되는 미 전략자산의 동향 염탐이라는 점을 노골적으로 위협한 것.
하지만 군내에선 의문을 제기한다. 군 고위 소식통은 “정찰위성이 발사 하루 만에 자세 제어 등 성능 검증이 안 된 채로 특정 지역을 촬영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하다”고 말했다. 위성이 궤도 진입 시 위성 자체가 회전하는 ‘텀블링(공중제비)’이 발생하면 지구 궤도를 불안정하게 돌다가 점차 하강해 대기권 내로 들어와 타버리게 된다. 북한이 2012, 2016년에 각각 쏜 광명성 3, 4호도 이런 상황에 부닥쳤고, 올해 9월과 7월 각각 대기권 내로 들어와 소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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