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23일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 점검을 위한 현안질의를 열고 행정안전부를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행안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에게 “지난해 카카오 먹통 사태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전쟁 같은 비상 상황에 카카오톡이 먹통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직접 언급했다”며 “카카오톡보다 더 심각한 문제인데도 사과도 없다. 대한민국이 디지털 재난 정부가 됐다”고 지적했다.
고 차관은 “(카카오)대표는 사퇴까지 했는데 세금 받는 정부가 국민을 혼란에 빠뜨려 놓고 제대로 된 사과도 없다면 어떻게 되겠느냐”는 강 의원 질의에 “춘풍추상(남을 대할 때 봄바람처럼, 자신을 대할 때 가을 서리처럼 대한다)의 자세로 저희에게도 엄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정부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체면을 많이 구겼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제대로 입체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차관님이나 정부 보고에 의하면 이번 마비(이유)가 네트워크 스위칭 장비 이상인데 고성능 장비를 교체하고도 다시 문제가 생겼다”며 “정부는 더 큰 원인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보고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이어 “정부 대응이 미흡하다고 생각한다”며 “왜 전 세계 1위의 디지털 정부의 먹칠을 하는 것이냐”고 덧붙였다.
이날 여야는 정부가 대규모 행정망 먹통 사태에도 재난 문자를 발송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입장 차이를 보였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일이 터진 다음에 주민들에게 사고가 발생했다고 문자라도 한 번 보냈느냐”며 “(문제를)축소·은폐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반면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일각에서는 (재난문자가)너무 많아서 문자 폭탄이라는 말도 있다”며 “그러다 보면 실제 일어난 것(문제)보다 더 과대하게 문자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정안전부는 이번 전산망 장애와 같은 위기관리 매뉴얼에 포함하는 안을 검토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고 차관은 ‘행정안전부가 정보 시스템 장애 및 대응 방안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드러났는데 대응 매뉴얼이 있느냐’고 묻는 권인숙 민주당 의원 질의에 “기술적인 매뉴얼을 갖추고 있지만 보완할 사항”이라며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 행정 전산망 장애를 포함할 것이냐’는 이성만 무소속 의원 질의에는 “그것까지도 충분히 검토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것이 꼭 윤석열 정부의 잘못만은 아니다”라며 “2020년 초·중·고 온라인 수업 시스템이 마비됐고 2021년 코로나 백신 예약 시스템이 접속 장애를 일으키는 등 누가 집권했을 때의 문제가 아니라 20년 동안 누적된 결과”라고 했다.
권 의원은 또 “전산을 담당하는 담당 공무원들은 관리업체보다 전문성이 굉장히 부족하다”며 “시스템에 장애가 오거나 마비가 왔을 때 문책받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에 전문 관리업체들에 질질 끌려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도 했다.
이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해외 출장 일정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이 장관을 대신해 출석한 고 차관은 고개를 숙이며 “이번 장애로 불편을 겪은 많은 국민들께 송구하다. 장애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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