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북한이 앞서 실패했던 군사정찰위성에 대한 데이터를 건네받은 뒤 그에 대한 분석 결과를 북한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21일 성공한 북한의 3차 정찰위성 발사에 도움을 준 정황이 확인됐다고 국가정보원이 밝혔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북-러 회담 당시 푸틴이 북한의 발사체 자체를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며 “북한이 설계도 및 1·2차 발사체 관련한 데이터를 러시아에 제공했다. (이후) 러시아가 그 분석 결과를 (북한에) 제공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북한 발사체 성공에 러시아의 도움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앞서 9월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의 군사협력이 강화됐고, 이를 계기로 러시아가 북한 정찰위성 개발에 직접적인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북한이 정찰위성을 발사한 다음날인 22일 오후 러시아 공군 군용기 한 대가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해 평양에 도착한 정황도 확인됐다. 실시간 항공기 추적 웹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서 이런 항로가 포착된 것. 북한 정찰위성 발사 직후 러시아가 정찰위성 정보 수집에 도움을 주기 위해 방북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러 간 군사기술 협력 정황이 더 구체적으로 드러날 경우 우리 정부가 러시아를 상대로 독자 제재 등 강경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러 기술거래 정황이 구체적으로 확인될 경우 러시아에 대한 외교적 강경 대응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대사를 초치해 강력 항의해야 한다”는 질의에 “외교부에서 그것 외에 유엔에 문제제기, 우방국과 동맹국 간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도 했다. 러시아의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2일 “북한이 예고했던 위성 발사를 단행했다. 이에 한국, 일본, 미국은 고통스럽게 반응했다”며 북한을 노골적으로 두둔한 바 있다.
미국 우주군은 북한이 발사한 정찰위성 ‘만리경 1호’에 공식 위성번호를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우주군 소속 제18우주방위대가 22일(현지시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위성 추적 웹사이트 ‘스페이스-트랙’(Space-Track)을 통해 만리경 1호(MALLIGYONG-1)에 위성번호 ‘58400’, 인공위성 식별번호 ‘2023-179A’를 부여해 공개한 것. 이 위성은 고도 493~512km를 오가는 저궤도 위성으로 파악됐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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