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통계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홍장표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의 지시로 당시 청와대가 통계청에 왜곡된 내용의 보도자료 작성을 종용한 정황이 담긴 e메일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해당 e메일에는 청와대가 통계청 보도자료에 들어갈 구체적 단어까지 지시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송봉준)는 통계청이 2018년 6월 2일 ‘통계청이 국책연구기관에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마이크로데이터를 제공했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기 전 청와대와 통계청 사이에 오간 e메일들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계청의 마이크로데이터를 받아 한국노동연구원이 분석했다는 보고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8년 5월 31일 “최저임금 인상은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말한 것의 근거로 쓰였다. 하지만 해당 보고서는 노동연 차원에서 작성된 게 아니라 홍 전 수석이 지인인 노동연 소속 홍모 연구위원에게 분석을 맡긴 결과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e메일에는 통계청이 마이크로데이터를 넘긴 주체를 홍 연구위원 개인이 아니라 노동연으로 보도자료를 수정하라고 청와대가 지시한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청이 ‘홍 연구위원 개인에게 데이터를 넘겼다’는 취지의 보도자료 초안을 보내오자 청와대가 ‘통계청이 국책연구기관에 데이터를 넘겼다’고 수정했다는 것. 검찰은 홍 전 수석 지시를 받아 홍 연구위원이 쓴 ‘소득주도성장 정책 효과로 개인 근로소득 불평등이 개선됐다’는 취지의 보고서에 무게감을 더하기 위해 개인 연구가 아니라 노동연 차원의 연구로 청와대가 왜곡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홍 전 수석 지시로 작성된 홍 연구위원의 보고서가 ‘노동연구원과 통계청의 공동 연구 결과물’인 것처럼 꾸민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 중간수정본도 검찰이 확보했다고 한다. 해당 보고서 작성에 관여하지 않은 통계청을 공동 연구자로 둔갑시키려 했던 것. 다만 해당 내용은 배포된 보도자료 최종본에는 담기지 않았다.
검찰은 통계청이 사실과 다른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게 된 배후를 홍 전 수석으로 의심하고 있다. 홍 전 수석은 보도자료 발표 하루 전인 2018년 6월 1일 황수경 당시 통계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자료 작성을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황 전 청장을 비롯해 통계청 직원들로부터 ‘홍 전 수석의 지시가 맞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수석은 감사원 감사에서 “2018년 6월 1일 황 전 청장에게 전화한 사실은 맞지만 세부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는 홍 전 수석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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