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논란됐던 사안 미리 추진…폐지 아닌 대안”
중진 “총선 집중해야…논란이슈 꺼내는 건 선거 전 금기”
중립 “원내 논의가 충분했느냐 놓고 문제제기 나올 듯”
원칙과상식, 입장 표명 보류…추이 살펴보겠다는 반응
원외 “이재명 궐위 대비위한 것이냔 우려 나올 수도”
더불어민주당이 현행 대의원제 축소를 추진한다. 이른바 ‘돈봉투 논란’ 이후 갑론을박이 이어졌던 사안의 절충점을 찾았고 내년 전당대회가 총선 이후에 치러지다보니 미리 큰 틀을 다져놓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대체적으로 특정지역의 민심을 왜곡하는 분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는 24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후보자들의 본선 진출 규정을 바꾸기로 의결했다.
기존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국민 25%, 일반당원 5%의 비율로 진행됐던 것을 국민과 일반당원을 합해 ‘국민’으로 30%, 대의원과 권리당원을 합해 총 70%를 반영하되 대의원과 권리당원 반영비율을 20대 1 미만으로 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현재 80대 1 가량에 달하는 대의원제의 축소를 추진하는 것이다.
대의원제는 김영삼·김대중 정부 이전부터 각 정당에서 시행한 것으로, 소위 각 정당의 텃밭이라고 하는 지역의 목소리에 휘둘려 민심이 왜곡되는 사태를 방지하고 다른 지역의 민심도 정당 활동에 고루 반영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국민의힘의 경우 현재 대의원제가 폐지됐지만 민주당에는 남아있다. 처음 도입됐을 때는 대의원 1명당 당원 30명 미만의 목소리를 갖는 정도의 비율이었다. 그러나 이후 1대 60 정도를 넘어 최근에는 1대 80 수준까지 벌어졌다.
이로 인해 ‘표의 등가성’이 무너졌다는 주장이 나왔고, 대의원들의 표 가치가 비대해지자 이들을 선출하는 현역 국회의원들의 권력도 커졌다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이에 당 내에서 대의원제를 폐지하고 민심을 일대일로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김은경 혁신위에서도 혁신안으로 제안한 바 있다. 당원들 사이에서는 대의원제 폐지를 추진하고 이에 대한 당 차원의 답변을 달라는 청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폐지 반대 측에서는 제도 도입 당시 특정 지역에 의한 민심 왜곡을 견제하기 위해서 였다면, 현 상황에선 특정 세력에 의한 민심 왜곡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대의원제 존치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맞섰다. 이러한 이견 끝에 결국 결론을 내놓지 못했다.
당 지도부는 논란이 인 이후 관련 논의는 지속돼왔고, 폐지에 대한 반발은 거셌어도 비율 조정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점, 내년 전당대회가 총선 이후라 그때 처리하려면 논란이 재현될 수 있으니 미리 큰 틀을 짜놓는다는 취지라는 점, 선출직 공직자 평가 결과에 따른 하위 10% 인사에 감산 적용 비율 조정안 처리를 위해 중앙위를 열면서 일괄 처리해 행정적 편의를 높일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이번에 대의원제 축소안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한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논란이 됐을 때) 의원들이 가장 우려했던 대의원제 폐지를 도리어 폐지 안하는 것으로 결론이 날 것이다. 더 안정적으로”라고 해석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임기를 채운다면 내년 7~8월에 전당대회가 있을텐데 그때 조정하려면 또 문제가 된다. 그런데 지금은 관계 없지 않나. 총선 전 의원들 경선에 대해선 대의원들의 특별한 지위가 없으니까, 지금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다음 전당대회에 또 나올 것도 아니고. 처리하기 가장 적절한 시기 같다”며 “이 문제는 총선 이후에 당선된 지역위원장들, 의원들 다 해당되는 것이니 지금 하는게 오해의 소지도 적다. 그리고 누구도 (대의원제 축소의) 필요성은 부인하지 못한다. (대의원제는) 과거 한 20~30년 전, 그 이전 시대의 유산”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굳이” “왜 지금” 이 사안을 처리하려는 것이냐는 반응도 많았다.
한 중진 의원은 “해도 상관 없지만 지금 처리할 이슈는 아니다. 총선에 집중할 때”라며 “우선순위 배치를 잘 못하는 것 같다. 저쪽(국민의힘)은 연일 화제성 이슈들을 계속 만들고 있지 않나. 선거를 앞두고 논란이 되는 이슈, 내부에서 의견이 갈릴 수 있는 이슈를 꺼내는 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금기다. 지도부가 미숙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와 함께 “최강욱 전 의원 논란이 생기니 강성지지층이 흥분하지 않나. 그들을 위한 무마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잔수다. 지도부가 강성당원들을 고려할 틈이 없다. 지금 이렇게 선거에 나가면 참패할 것”이라고도 했다.
계파 분류가 불문명한 한 의원은 “어쨌든 대의원제 폐지 쪽으로 조금 더 간 것 아닌가. 내년이 총선이니까 그 때는 못 바꿀 거라고 보고 지도부가 의기투합한 것 같다”며 “더 논의를 했어야 될 일인데, 의원들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논의가 충분했냐는 문제제기가 나올 것 같다”고 전했다.
비명계 의원들로 구성된 민주당 혁신모임 ‘원칙과 상식’ 측에서는 이 사안에 대해 조금 더 추이를 지켜본 뒤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한 원외 인사도 현 시점에 대의원제 축소를 추진하는 것에 의아해 하며 불안을 표했다.
이 관계자는 “총선과는 관계없다지만, 왜 이걸 지금 하려는 것인지에 대한 목적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며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가 있으니 당대표 궐위 상황에 대비해 비선을 세우기 위한 개정인 것이냐는 주장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한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선 “말도 안된다. 당내 문제됐던 사안에 대한 중재적 대안을 내놓은 것이고, 절차적 효율을 우선해 같이 처리하려는 것”이라고 반응했다.
또 “대표 관련 리스크는 총선 전까지 문제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법정에서의 분위기도 그렇게 드러나는 모양새”라고 보탰다.
민주당은 오는 27일 오전 9시30분 당무위, 다음달 7일 오전 10시 중앙위를 통해 대의원제 축소안과 선출직 공직자 평가 하위 10% 인사에 대한 득표 감산 30% 적용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다음주 의원총회에서 보고하고 의원들 걱정처럼 대의원제 폐지가 아니다, 구체적 시행과 관련해선 나중에 전준위(전당대회준비위원회)에서 논의하게 될 것이라는 점 등을 설명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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