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빈방문과 프랑스 방문 일정을 마치고 26일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을 전격 경질했다. 김 전 원장과의 갈등설이 불거진 권춘택 1차장을 비롯해 국정원 ‘인사 파동’의 진원지로 지목된 지휘부 전원이 물갈이됐다. 정권 교체에 따른 혹독한 내부 감찰과 인적 청산 문제로 불거진 내부 갈등이 표면화한지 반년이 지나도록 갈등이 사그라지기는 커녕 악화일로를 걷자 지휘부 전원 교체라는 초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후임으로는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을 비롯한 복수의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윤 대통령은 이날 김 원장, 권 1차장, 김수연 2차장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국정원 난맥 사태에 따른 혼선이 계속되면서 수장 교체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후임 인선 등 문제로 결심하지 못했다”면서 “윤 대통령이 귀국 후 상황을 보고받고 정보기관 지휘부 교체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후임 1, 2차장을 임명했지만 후임 원장은 곧바로 지명하지 못했다.
국정원은 윤 대통령이 6월 재가한 국정원 1급 7명에 대한 인사가 번복되는 초유의 인사 파동이 빚어지는 등 현 정부 출범 후 대규모 인적 청산 작업에 따른 극심한 내홍이 외부에 노출됐다. 윤 대통령이 김 원장을 한 차례 신임했음에도 측근 K 씨의 인사 개입설이 추가로 불거졌고, 이에 맞선 쪽에선 권 1차장이 기업 관련 비위로 직무 감찰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내부 갈등 끝에 6월 인사파동을 기점으로 국정원 인사기획관에 임명된 S 씨의 의혹까지 불거졌으며, S 씨가 사의를 표명해 최근 사표가 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후임 국정원장 물망에 오르내리는 김 처장은 용산 대통령실 이전 작업을 진두 지휘했으며, 정부 출범 후 대통령경호처장을 맡아 지근거리에서 윤 대통령을 보좌했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도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의 발탁 가능성도 거론된다.
신임 1차장으로 임명된 홍장원 전 영국 공사는 원장 직무대행 역할을 함께 수행한다. 2차장에는 황원진 전 북한정보국장을 임명했다. 대통령실은 이들에 대해 “해외정보와 대북 정보에 잔뼈가 굵은 최고의 전문가들”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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