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18년 ‘9·19남북군사합의’ 무효화를 선언한 북한이 재차 그 책임을 우리 측에 떠넘기고 나섰다. 특히 북한은 그간 ‘9·19합의’를 위반해온 건 자신들이 아닌 우리 측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7일 ‘반공화국 대결 광증에 들뜬 괴뢰패당’이란 기사에서 우리 측을 향해 “윤석열 괴뢰 역적 패당이 미제와 일본 반동들을 등에 업고 반공화국(반북) 전쟁 도발 책동에 미친 듯 매달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신문은 특히 “돌이켜보면 괴뢰 패당은 2018년 ‘4·27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그 부속합의서인 ‘북남 군사 분야 합의서’가 채택된 이후 미국에 추종하며 합의들을 난폭하게 위반하고 조선반도(한반도) 평화·안정을 지속적으로 유린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신문은 2018년 한미연합 공중훈련 ‘맥스선더’와 한미연합 전투탐색구조훈련 ‘퍼시픽선더’, 2019년 한미연합훈련 ‘동맹 19-1’ 등을 거론, “(한미가) 지난 4년 사이에만도 600여차에 걸쳐 각종 침략전쟁 연습들을 연이어 벌려놨다”고 적었다.
신문은 특히 “작년에도 괴뢰들은 미국과 야합해 우리(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노린 군사연습들을 무려 250여차에 걸쳐 끊임없이 감행했다”며 올 들어서도 미 전략폭격기 B-1B·52, 항공모함 ‘니미츠’, 핵추진 순항유도탄 잠수함 ‘미시건’ 등 핵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끌어들였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 같은 불장난 소동은 ‘북남 군사 분야 합의’(9·19합의)를 난폭하게 위반하는 극히 도발적이고 위험천만한 적대행위의 발로”라며 “이에 대해 괴뢰들은 그 누구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오도하고 있지만 미일의 전쟁 하수인으로서 그 범죄적 정체는 절대 가릴 수 없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우리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2019년 11월 서해 창린도 해안포 사격을 시작으로 작년 말 무인기 도발까지 ‘중대한’ 9·19합의 위반 사항이 최소 17건에 이른다. 또 북한이 수시로 서해 해안포 진지의 포문을 개방한 사례 등까지 포함하면 전체 위반 건수는 3600건에 육박한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우리 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달 21일 정찰위성 발사를 강행했다.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의 이번 위성 발사 목적이 대남 정찰·감시역량 강화에 있다고 판단, 22일 오후 3시부로 9·19합의에 따라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설정했던 ‘비행금지구역’의 효력을 해제하면서 무인기 등의 대북 정찰·감시 작전 구역을 2018년 이전 수준으로 되돌렸다.
그러자 북한은 23일 국방성 명의 성명을 통해 “(MDL에서) 각종 군사적 도발을 전방위적·입체적·계단식으로 확대해온 주범은 명백히 ‘대한민국’ 족속들”이라며 “지금 이 시각부터 우리 군대(북한군)는 9·19합의에 구속되지 않을 것이다. 합의에 따라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 조치들을 즉시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9·19합의 ‘파기’를 선언한 것이다.
노동신문의 이날 보도 내용은 결국 이 같은 9·19합의 ‘파기’ 논란의 책임을 우리 측에 전가함으로써 추가적인 군사적 조치의 명분을 쌓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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