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19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남북한이 시범철수를 진행했던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가 5년 만에 모두 원상 복구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최근 ‘9·19합의’의 사실상 파기 선언 뒤 DMZ 내 GP 복원에 나선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우리 군도 그 “상응 조치”를 취하기로 하면서다.
국방부는 27일 발표한 ‘북한의 9·19합의 파기 선언 관련’ 입장문에서 “북한은 지난 24일부터 (9·19합의에 따라 제한됐던) 일부 군사조치의 복원을 감행 중”이라며 “우리 군은 북한의 (DMZ 내 GP 복원 등) 조치에 따른 대응조치를 즉각적으로 이행할 만반의 준비를 갖춰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우리 군의 ‘대응조치’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자위권 차원의 이른바 ‘비례성’ ‘충분성’ 원칙에 따라 우리 측 GP를 복원하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이와 관련 김명수 합동참모의장(해군 대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군 GP를 복원할 것이냐’는 질문에 “적(북한)의 행동에 달려 있다”며 “신뢰를 깬 건 북한”이라고 답했다. 김 의장은 “(우리 군의) 대응 조치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라며 “(북한군의 조치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남북한은 앞서 ‘DMZ를 평화지대로 만들어가기 위한 실질적 군사적 대책을 강구한다’는 9·19합의 제2조 이행 차원에서 DMZ 내 GP 각 11개소를 시범 철수하기로 합의했다. 그에 따라 남북 양측은 DMZ 내 GP를 10개씩 완전히 파괴했고, 1개소씩은 병력·장비를 철수하되 원형은 보존한 이른바 ‘보존 GP’로 남겨뒀다.
남북한은 이후 나머지 GP도 순차적으로 철수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무산됐다. 이는 북한이 이른바 ‘비핵화’를 화두로 2018~19년 진행했던 미국과의 협상이 2019년 10월 스웨덴에서 진행된 실무협상을 끝으로 결국 결렬되면서 북한이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 측과의 대화까지도 거부하기 시작한 것과 무관치 않다.
현재 우리 군은 DMZ 일대에 60여개, 북한군은 150여개의 GP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GP 철수 당시 ‘남북한 동수(11개) 철수는 북한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우리 군 당국에 따르면 남북한의 DMZ 내 GP 시범철수 이후에도 북한 측 철거 GP 주변에선 병력의 움직임이 일부 포착된 적이 있지만, △초소 구조물 재건과 △주야간 경계병력 투입 △중화기 배치 등이 잇따라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 군은 DMZ 내에서 식별된 북한군 움직임의 의도 등에 대한 평가·분석이 완료되는 대로 우리 측 GP 재건 및 병력 투입 등 조치를 실행에 옮길 전망이다.
이번 DMZ 내 GP 복원에 앞서 북한은 우리 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달 21일 정찰위성 발사를 강행했다.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의 이번 위성 발사 목적이 대남 정찰·감시역량 강화에 있다고 판단, 22일 오후 3시부로 9·19합의에 따라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설정했던 ‘비행금지구역’의 효력을 해제하고 무인기 등의 대북 정찰·감시 작전 구역을 2018년 이전 수준으로 되돌렸다.
그러자 북한은 23일 국방성 명의 성명에서 “(MDL에서) 각종 군사적 도발을 전방위적·입체적·계단식으로 확대해온 주범은 명백히 ‘대한민국’ 족속들”이라고 주장하며 “지금 이 시각부터 우리 군대(북한군)는 9·19합의에 구속되지 않을 것이다. 합의에 따라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 조치들을 즉시 회복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와 관련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추가적으로 무력도발을 벌일 경우 9·19합의의 다른 조항에 대한 효력 정지도 검토하겠다”고 밝혀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