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GP에 무반동총-고사총 등 반입… 비무장지대 군사적 긴장 고조시켜
軍 “우리도 대응 나서지 않으면… 하마스식 기습공격 방치하는 셈”
유엔사, JSA 맞대응 무장은 유보
북한이 2018년 9·19군사합의 이행 차원에서 그해 말 폭파 등을 통해 ‘완전 불능화’ 조치를 했던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복원에 나서면서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우리 군은 27일 당시 파괴한 우리 측 GP도 복원할 방침을 밝혔다. 군 당국은 우리 측 GP의 감시소와 장병 생활시설로 쓸 조립식 건물은 물론이고 철조망 등 관련 장비를 북한군의 GP 복원 움직임이 포착된 직후부터 준비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GP에 무반동총과 고사총 등 중화기도 반입하고 있는 만큼 우리 군도 K-6 기관총 등 중화기를 반입해 무장할 예정이다. 북한군이 군사합의 당시 비무장화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에서 권총을 휴대하는 등 재무장에 나선 모습도 지난주부터 포착됐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27일 육해공군 본부 등에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 직원들을 보내 검열을 실시하며 북한 도발 임박 상황에 대응한 군 기강 잡기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북한군 총참모부는 우리 국방부가 군사합의상 비행금지구역의 효력 정지를 발표한 다음 날인 23일 “비상 작전지휘 태세로 전환하라”는 명령을 전군에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초근접 대치 지역부터 건드린 북한
27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은 2018년 11∼12월 화기 및 병력을 철수하고 시설물까지 파괴한 GP 10곳에 대해 감시소를 복원하고 무반동총 등을 배치하는 작업에 24일부터 착수했다. 역사성 상징성을 이유로 병력과 화기는 철수하되 시설물은 보존키로 했던 중부지역 GP 1곳에 대해서도 재무장 조치를 실시 중이다.
당초 정부는 22일 비행금지구역 복원을 발표하면서도 GP 복원이나 JSA 재무장화에 대해선 선을 긋는 모습이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2일 “GP나 JSA는 군사분계선과 가까워 가장 민감한 지역”이라면서 “우리가 먼저 합의를 깨고 재무장이나 시설 복원에 들어갈 경우 북한을 과도하게 자극해 당장 충돌이 발생할 것”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두 곳에 대한 재무장 조치는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 쓸 최후의 카드로 남겨 둔 것. 그러나 북한이 먼저 가장 민감한 지역을 건드리며 합의 파기에 나선 만큼 우리 군도 비례성의 원칙에 따라 대응 조치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박철균 전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장은 “북한이 MDL 지척에서 무장 조치에 들어갔는데 우리는 대응하지 않는 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기습 침공당한 이스라엘과 같은 사태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발생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라고 했다.
● 北 JSA 재무장화 유엔사 상응 조치 불가피할 듯
다만 JSA에서 북한군이 재무장을 시작한 것과 관련해 유엔군사령부는 27일 저녁까지 우리 측 대원의 맞대응 무장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군 소식통은 “JSA는 DMZ 내 GP보다 더 민감해 팃포탯(tit for tat·맞대응)식 대응이 북측에 도발의 빌미를 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JSA 내에 기관총 등 화기를 추가 반입하는 등 도발 수위가 고조될 경우 유엔사 차원의 상응 조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이 GP 복원 및 JSA 재무장화에 나서면서 MDL 일대에서 총격 등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커졌다. 2020년 5월에도 북한군이 우리 군 GP에 총격을 가하며 위기가 고조됐다. 당시에는 1km 이상 떨어진 GP에서 발생한 일이었지만 이번에 복원되는 GP는 가장 가깝게는 58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충돌 발생 시 사상자가 다수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크다. 특히 우리 군의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30일로 예정된 만큼 GP와 JSA에서의 무장화를 완료한 북한이 30일을 전후해 이를 명분으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