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가 결정되는 28일(현지 시간) 정부와 재계 등 민관이 총출동한 ‘코리아 원팀’은 프랑스 파리에서 긴박한 하루를 보냈다. 한국은 투표 직전 이뤄지는 최종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 집중하면서 ‘오일 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와 경쟁을 펼쳤다.
윤석열 대통령의 바통을 이어받아 파리 현지에서 막판 유치 활동에 집중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투표권을 가진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대표들과 전화 통화와 대면 면담을 이어가면서 부산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윤 대통령도 막판 득표 활동을 위해 각국 대표단과 직접 통화를 이어갔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한국의 PT는 2014년부터 엑스포 유치를 위해 노력해 온 각계의 발자취를 담은 ‘부산 갈매기의 꿈’이라는 영상으로 막이 올랐다. 이어 한 총리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부산엑스포유치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맡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 박형준 부산시장, 나승연 부산엑스포 홍보대사 등 5명이 유치를 호소하는 연설자로 나섰다. 이어 6·25전쟁 참전용사와 손녀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 부산엑스포 홍보대사인 배우 이정재와 가수 싸이, 김준수 등이 영상에 등장해 부산 유치를 설득했다.
반 전 총장은 최종 PT에서 “부산엑스포는 자연과 인간, 기술의 시너지에 대한 약속”이라며 “부산엑스포가 미래 세대를 위한 길을 열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각종 투자 약속으로 개발도상국의 환심을 사는 전략을 취한 사우디와 달리 “기후, 식량 위기 등 인류 공동의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첨단 박람회를 만들 것”이란 비전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한 총리는 “엑스포 역사상 유례 없는 규모인 5억2000만 달러를 110개 개발도상국에 지원하기로 했다”며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한국이 여러분께 길을 열어 드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최 회장은 “우리의 여정은 2030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보고 싶은지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투표는 유치 경쟁국인 한국과 사우디, 이탈리아 대표단이 발표를 마친 뒤 곧바로 전자투표로 진행된다.
28일(현지 시간) 오후 파리의 컨벤션 센터인 ‘팔레 데 콩그레’의 회의장 연단에 최종 프레젠테이션 연사 자격으로 오른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 세계인과 함께 위기와 도전을 극복하는 ‘연대의 엑스포’를 만들 것”이라며 부산 유치를 호소했다.
한 총리는 회원국 대표들에게 영어와 프랑스어를 섞어 가면서 엑스포 유치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의지를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엑스포를 계기로 아프리카의 식량 위기 해소를 위한 ‘K-라이스 벨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 해수면 상승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태평양 도서국과 협력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점 등이 거론됐다.
깜짝 연사로 나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부산 엑스포에 대해 “자연과 인간, 기술의 시너지에 대한 약속”이라며 “기후위기에 맞서 싸우는 건 미래 세대를 위해 중요하며, 오늘 우리 행동이 인류와 지구의 생존을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엑스포유치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맡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엑스포 유치를 위해 만든 플랫폼 ‘웨이브’를 소개하면서 “이 플랫폼을 유산으로서 다음 (엑스포) 주최 국가에 전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웨이브’는 기후위기와 식량난 등 인류 공통의 난제에 대한 세계인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2014년부터 시작된 엑스포 유치를 위한 여정은 5000만 국민의 염원이 됐다”고 강조했다. 나승연 부산 엑스포 홍보대사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재생에너지 등의 선두주자인 한국이 성장 파트너가 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프레젠테이션 연사 5명 모두 영어로 부산 유치를 호소했다.
연설을 마친 뒤 상영된 영상에선 세계적인 지휘자인 정명훈 씨와 소프라노 조수미 씨,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으로 세계인의 인기를 끈 배우 이정재 씨 등이 등장해 부산의 매력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개최지 투표를 앞두고 한국과 사우디는 투표 하루 전날까지 서로 표를 뺏고 뺏기는 등 치열한 경쟁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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