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내부 강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주애가 ‘조선의 샛별 여장군’으로 불린 정황이 포착됐다. 과거 김일성 주석의 초기 혁명 활동을 선전하는 과정에 등장한 ‘조선의 샛별’이라는 표현이 북한의 ‘최고 존엄’ 자제에게 붙은 것으로 사실상 김 위원장의 후계자를 염두에 둔 주애 우상화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평양의 한 소식통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 성공을 자축하기 위해 당 조직지도부가 23일 평양시당, 국가보위성, 사회안전성 간부들을 대상으로 연 기념강연회에 이런 표현이 등장했다고 전했다. 강연회에선 “우주강국 시대의 미래는 ‘조선의 샛별 여장군’에 의해 앞으로 더 빛날 것”이라는 발언이 나왔다고 한다.
주애는 지난해 11월 1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 당시 처음 등장해 ‘사랑하는 자제분’으로 불렸다. 이후 ‘존귀하신 자제분’으로 호칭이 격상됐다. 북한은 통상 해(태양)를 지도자로, 별(샛별, 광명성)을 후계자를 의미하는 상징으로 써 왔는데 샛별 칭호가 주애에게 붙은 것. 김 위원장도 어린 시절 북한 내부에서 ‘샛별 장군’으로 불리다가 2009년 1월 후계자로 내정된 이후엔 ‘김 대장’으로 지칭됐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엔 ‘위대한 영도자’라는 칭호가 붙었다.
탈북민 출신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북한이 위성 발사 성공을 김 위원장의 10대 딸을 신격화, 우상화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면 지도부 최고위층에서 주애를 후계자로 임명하는 내부 절차를 끝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해당 발언이 사실일 경우 주애에 대한 우상화 정황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칭호가 실제 사용됐는지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면서도 “후계구도와 관련해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관계 기관과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등장한 주애는 1년 동안 북한 공개보도에 18회나 등장하면서 후계자로 해석될 수 있는 행보를 보여 왔다. 올 9월 9일 북한 정권수립일 기념 열병식에서 주석단에 앉은 주애에게 군 서열 2위 박정천 군정지도부장이 무릎을 꿇고 속닥이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후계자 시절) 김정일에게 오진우 당시 인민무력부장이 무릎을 꿇는 장면이 박정천이 주애에게 무릎 꿇는 장면으로 똑같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화성-17형을 발사한 11월 18일을 ‘미사일공업절’로 제정한 것도 주애의 첫 등장을 기념하는 의도란 평가다. 한 대북 전문가는 “김 위원장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못해본 주애의 열병식 ‘단독샷’이 노동신문에 보도된 적도 있다”고 했다.
다만 김 위원장의 첫째 아들 존재 여부가 불확실한 만큼 주애를 후계자로 특정하는 게 시기상조라는 평가도 있다. 앞서 2017년 김 위원장에게 장남이 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국가정보원은 올해 3월 “김정은 첫째 자녀가 아들이라는 첩보가 있어 계속 확인 중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일단 통일부는 “주애 외에 자녀 유무는 확인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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