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11곳에 대한 복원 움직임에 맞서 우리 군 GP 11곳의 복원도 추진 중인 가운데 11곳 중 유일하게 시설물을 보존한 뒤 문화재로 등록한 고성 동해안의 829GP(옛 369GP)를 다시 군사적 용도로 써도 문제가 없는지를 문화재청에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은 고성 GP의 경우 외관을 크게 바꾸지 않는 이상 문화재 등록 해제 절차 없이 당장 병력 및 화기를 투입해도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시설물을 모두 파괴해 복원에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이는 다른 10곳의 GP 대신 병력과 장비를 투입하기만 하면 되는 고성 GP를 가장 먼저 복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측이 복원 중인 GP와 58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초근접 지역이어서 북한의 도발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점도 고성 GP를 복원 1순위로 꼽는 이유다. 남북 GP 사이 거리 중 최근접 거리다.
● 北 GP와 최근접 GP부터 복원 가능성
29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국방부는 북한군의 목재를 사용한 감시소 설치 등 북측 GP 복원 움직임이 식별된 지난주부터 문화재청에 고성 GP를 바로 활용해도 문제가 없는지 등을 전화로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공문 발송 등을 통한 공식 협의는 아니었지만 GP 실제 복원에 대비해 여러 차례 문화재청에 관련 문의를 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고성 GP는 지정 문화재가 아닌 등록 문화재에서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며 “등록 문화재는 외관의 4분의 1 이상 변형하는 경우에 한해 허가나 신고가 필요한데 이 경우가 아니라면 병력이나 장비를 투입해도 문제가 없다. 문화재청에 사전통지할 필요도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 등록 해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
문화재로 등록된 만큼 병력이나 장비, 화기 등의 재투입이 까다로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자유로운 활용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북한에 대한 상응 조치로 고성 GP부터 복원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초 남북은 2018년 9·19 군사합의 당시 1km 이내에 근접한 DMZ 내 양측 GP 22곳(남북 각 11곳)에 대해 병력과 화기를 철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감시소 장병 생활 시설 등 시설물 일체도 철거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해 10월 남북은 제10차 장성급 군사 회담을 열고 남북 GP 각 1곳에 한해 병력과 화기 및 장비는 철수하되 시설물은 원형 그대로 보존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우리 측은 고성 GP를, 북측은 중부지역 GP를 보존하기로 했다. 뒤이어 문화재청은 2019년 4월 고성 GP를 문화재로 등록했다. 이 GP가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직후 남측에 설치된 최초의 GP이고 북측 감시초소와 최단 거리(580m)에 있는 만큼 남북 분단과 화합을 보여주는 시설로 활용할 가치가 매우 높다는 것이 등록 이유였다.
● “北 무장 심각한 곳 GP부터 복원할 수도”
다만 군 당국은 “아직 어떤 GP를 먼저 복원할지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부 관계자는 “시설물이 모두 파괴된 GP 10곳은 물론이고 고성 GP도 모두 당장 복원할 준비는 마친 상태지만 복원 우선순위는 정해진 바 없다”고 일축했다. 우리 군이 특정 GP를 먼저 복원한다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북한의 도발 표적이 될 것을 우려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도 GP 11곳을 일제히 복원할 수도 있고 북한군 GP 중 무장 수위가 심각한 곳 맞은편 GP부터 복원할 수도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일각에선 GP 복원 준비를 모두 마쳤고 관련 절차 역시 확인했지만 실제 복원 작전 개시에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DMZ 내 GP 복원 및 재무장은 DMZ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와의 사전 협의가 필수적이어서 유엔사의 승인이 복원 작전 개시 시점을 결정하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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