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부각하며 ‘총선 불가론’을 띄웠다. 이에 이 대표를 둘러싼 당내 계파 갈등이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내부에선 이 전 대표의 연이은 ‘이재명 때리기’에 대해 각기 다른 의견이 분출하고 있다. 당내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은 총선을 앞두고 대표를 흔드는 이 전 대표의 이같은 행보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한다. 반면 비명(비이재명)계에서는 합리적 조언이라며 이 전 대표에게 힘을 싣고 있다.
최근 이 전 대표는 ‘이재명의 민주당’을 겨냥한 발언들을 쏟아내는 동시에 신당 창당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싱크탱크인 연대와공생이 개최한 ‘대한민국, 위기를 넘어 새로운 길로’ 학술 포럼에 참석해 민주당의 폭력적인 언행과 당내 민주주의 부재, 미약한 정책 비전 등을 지적하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을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현 민주당에 대해 “참담하다”며 “과거의 민주당은 내부의 다양성과 민주주의라는 면역체계가 작동해 여러 문제를 걸러 내고 건강을 회복했지만. 지금은 리더십과 강성 지지자들의 영향으로 그 면역체계가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도덕적 감수성이 무뎌지고 당내 민주주의가 억압되는 것은 리더십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직격했다. 또 이 대표를 향해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마자 민주당의 최고 책임자가 졌지만 잘 싸웠다고 먼저 규정지은 것에 경악했다. 남 탓은 자기 파괴다. 참으로 못난 짓”이라고 맹비난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장 일주일에 몇 번씩, 며칠씩 법원에 가는데 이 일을 어떡할까, 이런 상태로 총선을 치를 수 있을까 하는 것은 당연히 함직 하다”며 “공천문제나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혼날까 봐 그러는 것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대표에 대해서) 당에서 중지를 모으고 결단할 것은 결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전 대표가 사실상 ‘이재명 총선 불가론’을 띄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내년 총선 공천 심사를 앞둔 지금 시점에서 당내 현역 의원들이 언급하기 어려워 하는 문제를 이 전 대표가 총대를 메고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당내 의원들은 이 전 대표를 시작으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언급하고 나섰다. 김종민 의원은 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도 (김 전 부원장에 대해) ‘내 측근이다, 정치 보복이다’라고 얘기했는데, 이런 자세가 방탄”이라며 “이 대표가 민주당을 이끄는 방식, 이 길로 가면 안 된다라는 생각에 대해서는 (원로들이) 일치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최근 정치자금법 위반 및 뇌물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 벌금 7000만원, 추징금 6억7000만원을 선고 받았다. 법원이 김 전 부원장 수수 금액이 이 대표 선거 자금에 쓰였다고 판단한 만큼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더욱 확대될 것이란 것이 비명계의 주장이다.
친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김용민 의원은 이 전 대표를 향해 “당에 애정을 갖고 좋은 조언을 해주시는 것은 좋지만, 당을 흔드는 말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박찬대 의원도 “뚜렷한 물증도 없고 유동규의 진술에만 매달린 검찰 기소는 누가봐도 명백한 정치기소이자 퇴행”이라며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일축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와 관련 “이 전 대표가 못할 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며 “총선을 앞둔 지금 당 내부에서 대표를 흔들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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