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북한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고층 빌딩 등 김정은 총비서의 ‘치적’을 형상화한 모형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2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날 보도에서 김 총비서가 지난달 30일 항공절을 기념해 공군사령부를 찾아 장병들을 격려하고 경축 연회에도 참석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연회장 뒤편에는 고층빌딩과 다층 살림집(주택) 모형이 여러 개 줄지어 전시돼 있다.
이 가운데 4개는 70층 살림집과 쌍둥이 고층 건물 등 려명거리의 ‘랜드마크’ 건물들로, 아예 거리를 통째로 가져온 듯한 모습이다.
여명거리는 지난 2017년 4월에 김일성 주석의 생일 105주년을 맞아 평양에 준공된 주상복합 단지다. 미래과학자거리, 창전거리와 함께 김 총비서의 대표적인 건설 부문 치적으로 여겨진다.
려명거리 건설 관련 공군의 기여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평양시 1만 세대 살림집 건설 등 대규모 건설마다 군 인력이 대거 투입되는 만큼 군의 노고를 치하하고 사기를 북돋기 위해 빌딩 모형을 전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려명거리 건설 당시 투입된 인력 대부분이 군인들로 알려져 있다. 공군은 현재 강동비행장을 밀고 짓고 있는 강동온실농장 건설의 주축이기도 하다.
북한은 올해 들어 국방 부문 성과도 모형으로 만들어 여러 자리에서 전시하고 있다.
지난 8월 해군절 기념 연회에는 초대형 방사포 등 각종 무기 모형이 등장했고, 지난달 첫 정찰위성 발사를 기념해 열린 연회에서는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형’ 모형이 전시됐다. 2월 ‘건군절’ 75주년 기념행사에는 김 총비서의 부인 리설주 여사가 ICBM 모양의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를 착용하고 나와 주목을 받았다.
연회에 참석한 각 부문 관계자들의 성과를 격려하기 위한 의미도 있지만 김 총비서의 ‘치적’을 선전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국방력 강화는 북한이 올해 최대 성과를 낸 부문 중 하나로 평가된다.
특히 ICBM ‘화성-17형’을 형상화한 모형은 지난 8월 ‘전국8월3일 인민소비품전시회-2023’과 10월 ‘경공업발전-2023’ 전시회 등 관련성이 다소 떨어지는 장소에도 등장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최근 몇 년 사이 인공기나 국장 등 ‘국가 상징물’을 아끼는 것을 애국의 상징으로 부각하며 장려해 온 것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국가 상징물을 활용해 애국심을 고취시키겠다는 의도인데, 북한은 이를 위해 인공기가 새겨진 옷과 브로치, ICBM과 함께 있는 장식품도 적극 제작하고 있다.
려명거리 고층빌딩이나 ‘천리마 1형’, ICBM 등 김 총비서의 성과로 꼽히는 것도 모형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여기에 국장과 같은 ‘국가 상징물’의 가치를 부여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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