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군 관련된 각종 행사에 잇따라 딸 김주애와 동행한 데 대해 통일부 고위 당국자가 “세습 과정에서 (후계자로) 조기 등판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조기 등판한 걸 보면 ”김주애의 세습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보고 있다”고 6일 밝혔다. 지난해 11월 첫 등장한 김주애에 대해 정부 고위 당국자가 북한 4대 세습의 유력한 후계자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 당국자는 이날 “4대 세습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된다고 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버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사망 때까지 1년여 간의 짧은 후계 준비를 거친 김 위원장이 자신의 딸에 대해서는 충분한 후계 수업의 기회를 주기 위해 조기 등판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이 당국자의 설명이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도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김주애의 잇따른 공개 행보에 대해 “김 위원장이 딸을 지속해서 부각하는 것은 북한이 (처한) 어려움 속에서 세습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올해 열 살인 김주애가 지난해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발사 현장에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정부 당국은 김주애를 후계자로 보는 데 신중한 입장이었지만 최근 김주애에 대한 의전이 격상되고 ‘샛별 여장군’이라는 우상화까지 진행됐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정부 당국의 판단도 달라진 것이다.
통일부 “김정은 딸 주애, 세습 과정서 조기등판한 것”
지난해만 해도 정부 내에서는 김주애에 대해 “핵미사일 개발을 정당화하는 정치 수단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김주애를 북한의 4대 세습의 유력한 후계자일 가능성으로 보고 있는 배경에는 최근 김주애에 대한 북한군 고위 간부들의 의전이 크게 격상된 점 등이 깔려 있다.
북한의 뒷배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이 모두 참석한 올 9월 9일 정권수립기념일 기념 열병식에서 김주애가 주석단 중앙에 앉았던 점을 정부는 후계자임을 암시하는 주요 지표로 보고 있다. 당시 군 서열 2위인 박정천 군정지도부장은 무릎을 꿇고 주애와 이야기를 나눴다. 김일성 주석과 항일 활동을 함께 했다는 오진우 인민무력부장이 김정일 세습 과정에서 김정일에게 무릎을 꿇었던 모습을 연상케하는 장면이었다.
올해 하반기 김 위원장의 해군, 공군 사령부 방문에 동행한 김주애에게 군 사령관들이 거수 경례를 한 사실도 정부 판단의 근거가 됐다. 당시 군인들은 “백두 혈통을 보위해야 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김주애의 첫 등장 당시 북한 매체는 “사랑하는 자제분” “‘존귀하신 자제분”이라는 호칭으로 불렀다. 하지만 최근 김주애가 공군 사령부 방문에서 김 위원장과 비슷한 가죽코트를 차려입고 김 위원장보다 앞쪽에서 촬영한 사진도 공개됐다.
북한이 2021년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김 위원장의 대리인인 제1비서 직책을 신설한 것에 대해서도 정부는 “권력 승계를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보고 있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최근 행보를 본다면 김주애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2021년 공식적인 2인자인 제1비서 자리를 신설한 이후에도 이 자리를 공석으로 남겨둔 것으로 정부는 파악했다.
이 당국자는 “2011년 김정일 사망 이후 김정은으로 권력 이양 과정 때 짧았던 점도 고려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김주애에게 충분히 세습 준비 시간을 주기 위해 신격화와 우상화를 통한 후계 수업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그는“북한이 유교적 사회이기 때문에 여성이 최고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반론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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