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인요한 15분 회동… 金 “혁신안 바로 수용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7일 03시 00분


인요한 “생즉사 사즉생 희생 필요”
金, 인의 공관위원장 요구도 거부
與혁신위, 오늘 사실상 빈손 종료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당 대표실에서 만나 악수한 뒤 각자 자리로 가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자리에서 인 위원장의 공천관리위원장직 요구를 비롯해 혁신위의 ‘중진 및 다선, 친윤 의원 험지 출마’ 등 혁신안에 대해 사실상 수용 거부 의사를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친윤 핵심과 당 지도부의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희생’ 혁신안과 내년 총선 공천관리위원장 요구 문제로 갈등을 겪었던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6일 국회에서 회동했지만 15분 만에 끝났다. 김 대표는 인 위원장의 ‘희생’ 혁신안 요구에 “긴 호흡으로 지켜봐 달라”며 당장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혁신위는 7일 전체회의를 끝으로 혁신위 활동을 종료할 계획이다. 두 사람의 회동은 지난달 17일 이후 19일 만이다. 혁신위 관계자는 “7일 회의가 사실상 마지막 회의다. 혁신위 종료를 위한 절차적 회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전권을 주겠다”는 김 대표의 약속을 받고 출범한 혁신위가 사실상 성과 없이 조기 해산하면서 여당 지도부도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 대표는 이날 비공개 회동에서 ‘희생’ 혁신안에 대해 “제안한 안건들은 당의 혁신과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다만 최고위에서 의결할 수 있는 사안이 있고 공관위나 선거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할 일이 있어 바로 수용하지 못하는 점은 이해해 달라”고 했다. 인 위원장의 공관위원장 요구에 대해서도 “혁신을 성공시키기 위한 충정에서 하신 말씀이라고 충분히 공감한다”며 “지도부의 혁신 의지를 믿고 맡겨 달라”며 거부 의사를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인 위원장은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선 무엇보다 책임 있는 분들의 희생이 우선시돼야 한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특히 그는 회동 말미에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순신 장군을 언급하며 ‘생즉사 사즉생(生則死 死則生)’이라고 말했다고 참석자는 전했다.

혁신위는 7일 혁신위 회의에서 향후 일정을 논의한 뒤 11일 최고위원회의에 혁신안을 종합 보고할 계획이다.

인요한, 끝까지 “생즉사 사즉생”… 김기현 ‘빈손 혁신’ 책임론 일듯


19일만에 ‘원만한 결별’ 만남
인요한 압박에도 희생안 즉답 피해
혁신위 11일 종합 보고뒤 해산
인 위원장 “이번일로 많이 배웠다”
“생즉사(生則死) 사즉생(死則生).”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6일 김기현 대표와 비공개 회동 말미에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이순신 장군을 언급하며 이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즉사 사즉생’은 명량해전을 앞두고 이순신 장군이 한 말이다. 혁신위는 7일 회의를 끝으로 애초 활동 종료 시한인 이달 말보다 앞당겨 조기 해산할 예정이다. 인 위원장이 김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장제원 의원 등 친윤(친윤석열) 핵심을 향해 내년 본인 지역구 총선 불출마와 험지 출마를 수용하는 ‘죽음’을 택해야 당이 살 수 있다며 ‘최후 압박’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지난달 17일 회동 후 19일 만에 만난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의 비공개 회동은 예상과 달리 15분 만에 끝났다. ‘희생’ 혁신안과 인 위원장의 공천관리위원장 요구로 장시간 회동이 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각자 하고 싶은 메시지만 남긴 채 회동이 끝난 것이다. 결국 이날 회동으로 임시 봉합에 나섰지만 결국 혁신위의 조기 종료가 임박한 가운데 사실상 ‘원만한 결별’을 위한 만남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인요한 혁신위는 10월 26일 공식 출범한 지 42일 만에 막을 내리는 셈이다.

● 웃음기 싹 사라진 인요한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은 이날 오후 당 대표실에서 만나 악수한 뒤 마주 앉는 대신 나란히 앞을 보고 앉았다. 지난달 40분간의 회동 당시 농담을 건네던 인 위원장은 이날 웃음기가 사라진 표정으로 공개 발언을 자제했다.

인 위원장은 이날 회동에 앞서 “직접 운전해 부모 산소에 다녀왔다”고 밝혔다고 한다. 혁신위 활동 종료를 앞두고 마음을 비운 행보로 풀이된다. 지난달 처음 던진 당 주류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권고를 혁신안으로 정식 의결한 뒤 당의 신속하면서도 적극적인 입장 표명을 요구했지만 당 지도부가 적절한 시기와 절차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마지막 메시지를 던지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희생 혁신안은 물론이고 인 위원장이 요구한 당 공천관리위원장직에 대해서도 즉답을 하지 않았다. 김 대표가 “공관위원장 제안은 인 위원장께서 혁신을 성공시키기 위한 충정에서 하신 말씀이라고 충분히 공감한다”며 “지도부의 혁신 의지를 믿고 맡겨 달라”고 말했다고 박정하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표는 이어 “긴 호흡으로 지켜봐 주시면 혁신안을 바탕으로 국민의 뜻을 받들고 이기는 국민의힘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시기를 못 박지 않았다.

이에 인 위원장은 “오늘 만남을 통해 김 대표의 희생과 혁신 의지를 확인했다”면서도 “무엇보다 책임 있는 분들의 희생이 우선 돼야 한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고 말했다고 정해용 혁신위원이 전했다. 결국 짧은 비공개 회동에서 양측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채 원론적인 마무리 인사를 주고받았다는 취지다. 인 위원장은 회동에서 “이번 일로 많이 배웠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 빈손 혁신위에 金 책임론 불거질 전망

혁신위는 7일 혁신안을 바로 당 최고위원회에 넘기는 대신 내부 회의를 거쳐 11일 종합 보고를 할 계획이다. 정 위원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저희 역할은 이 정도면 다 했다”며 “로드맵상 이번 주에 종료하는 게 맞고 이만희 사무총장께서도 요구해 전반적으로 활동했던 것들을 올릴 것”이라고 했다.

혁신위가 조기 해체 수순으로 들어가며 김기현 지도부는 ‘용퇴 요구’ 고비를 넘겼지만 결국 “잠시 시한만 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42일간의 혁신위 활동 중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등을 ‘대사면’한 1호 혁신안 외엔 ‘빈손 혁신’이라는 점에서 여권에서 “김 대표가 변화와 혁신을 거부했다”는 책임론이 불거질 전망이다. 여권의 지지율에 따라 김 대표에 대한 거취 압박, 혁신위 일각의 비상대책위원회 카드 등도 뇌관으로 남아 있다.

국민의힘은 김 대표 체제로 내년 총선에 나설 국회의원 후보자를 공천하는 공천관리위원회를 이달 중순 정식 출범할 방침이다. 김 대표가 직접 인선에 나선 가운데 공관위원장을 단수로 압축했고 발표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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