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원장 지명]
金 가난 딛고 자수성가 일화 거론
네살 많은 金에 ‘형’이라 부르며 따라
“설렁탕집에서 나오는 섞박지를 보면 김홍일 선배가 떠오른다.”
윤석열 대통령이 측근 인사들과 설렁탕집을 찾았을 때 직접 한 얘기다. 부모님을 일찍 여읜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세 동생을 직접 키우면서 섞박지를 많이 만들어 반찬으로 먹었다는 것. 고춧가루 살 돈을 아끼려고 무에다 소금 간만 했다고 한다. 그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세 동생을 제가 맡게 됐을 때 동지섣달 대밭을 울리며 불어대는 찬바람을 견디며 살았다”고 어려웠던 시절을 회고하기도 했다. 여권은 자수성가한 김 후보자의 성장 배경과 가족사를 살펴보면 그를 둘러싼 반대 여론도 잦아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기류다.
윤 대통령이 6일 지명한 김 후보자는 2009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에 임명된 뒤 이듬해 대검 중수2과장에 보임된 윤 대통령과 손발을 맞췄다. 2011년 대형 게이트로 비화한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초반부터 이끌었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절인 200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도곡동 땅 차명 보유와 BBK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그와 함께 근무한 한 법조인은 “정치색을 비교적 타지 않았고,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덕장’의 면모를 보였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카리스마 있고 입이 무거워 후배들에게 신뢰를 받는 편이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네 살 많은 김 후보자를 ‘형’이라고 부르며 따르기도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검찰 선배로도 불렸다. 두 사람 다 대구지검에서 초임 검사를 시작했다.
윤 대통령이 대선 국면에서 첫 위기에 처했던 이른바 ‘고발 사주’ 사건에서 구원 투수로 나선 인사도 김 후보자였다. 김 후보자는 ‘정치공작 진상규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현실 정치에 관여하지 않던 김 후보자가 윤 대통령을 위해 현실 정치에 발을 내디뎠고, 이 국면 진화를 기점으로 윤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더욱 신뢰하게 됐다고 기억하는 인사들이 많다.
1956년 충남 예산에서 2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김 후보자는 초등학생 때 어머니를, 고등학생 때 아버지를 여의어 이른바 ‘소년 가장’이 됐다. 1972년 예산고를 졸업하고 동생들과 학비 때문에 곧바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 김 후보자가 예산고에 다닐 때 당시 예산고 교장이었던 백승탁 전 충남도교육감의 아들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가정교사 역할을 하며 숙식을 해결했다는 일화도 있다. 김 후보자가 예산고 3학년 때 약 8km 거리를 통학하고 있었는데, 백 전 교육감이 이를 안타깝게 여겨 교장 관사에서 지낼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1년간 관사 2층에서 지내면서 당시 다섯 살이었던 백 대표와 한솥밥을 먹었다고 한다. 김 후보자는 1975년 전액 장학생으로 충남대 법대에 늦깎이 입학했다. 1982년 충남대 출신 첫 사법시험 합격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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