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모 3인방의 ‘구미대첩’…‘윤심’이냐 ‘민심’이냐

  • 뉴시스
  • 입력 2023년 12월 7일 14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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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공천론에서 공정하고 완전한 경선으로 무게중심 이동

총선을 향한 구미 정가의 열기가 뜨겁다. 그 가운데 색다른 풍경이 펼쳐지면서 구미지역민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대통령실 출신 3명의 전·현직 참모가 한 지역(구미을)을 놓고 물밑경쟁을 펼치는 보기 드문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공천권을 놓고 용산 참모 간 경쟁을 하는 곳은 서울과 수도권, 부산 등 수없이 많지만 그 가운데 구미가 유독 눈에 띠는 이유는 뭘까?

구미대첩의 주인공은 허성우 전 국민제안비서관과 강명구 국정기획비서관, 김찬영 법률비서관실 행정관 등 3명이다. 허 전 비서관과 강 비서관은 윤석열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을 가진 참모들이다. 특히 허 전 비서관은 대통령 선거 1년 전부터 윤석열 캠프의 핵심으로 활동한 핵심 참모로 알려졌다. 강명구 비서관도 선거 과정에 일정을 조율하는 등 후보를 챙긴 인물이다. 김찬영 행정관도 대통령실에서 국정운영을 뒷받침한 참모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들은 저마다 대통령과의 관계를 거론하며 지역민들과 소통에 나서고 있다. 지역민들도 대통령실 참모 출신들의 움직임을 신기한 듯 바라보며 면밀한 분석 작업을 이어 간다. 하지만 호의적 분위기만은 아니다. 구미 유권자들은 용산 참모들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대통령과 대통령실과의 관계에 다소 부담을 가지는 눈치다. 권력자와의 관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구미의 현실과 문제점,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힘있는 일꾼’의 등장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구미유권자들이 ‘용산’이나 중앙정치권과의 관계에 다소 거리를 두려는 것은 과거 잘못된 공천과 선거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분석이다. 구미는 지역 유권자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낙하산식 공천이 수시로 자행된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그로 인해 진정한 일꾼을 만나기 힘들었다는 자조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이번 총선만큼은 지역민들이 원하는 후보를 뽑자는 정서가 탄력을 받는다. 타 지역 출신 인사가 구미 공천을 받아도 지지해야 했던 모순된 선택을 두 번 다시 허용하지 않겠다는 결기가 강하게 흐른다. 이런 흐름을 읽은 용산 참모 3인방이 저마다 경쟁력을 강조하며 각축을 벌이고 있다.

지역 정가와 언론의 분석을 정리하면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인물은 허 전 비서관이다. 그는 이미 작년 가을부터 지역을 오가며 총선 표밭갈이를 해왔다. 대통령 선거 1년여 전부터 윤석열 대통령과 호흡을 같이한 핵심 참모로 중앙정가에 인맥이 두텁다는 점이 강점이다. 오랫동안 지역을 관리한 탓에 조직도 탄탄하다. 구미(장천)에서 초·중·고를 나온 토종 지역민이라 횡으로 종으로 네트워킹이 구축된 상황이다.

허 전 비서관은 대통령실을 나올 때 공기업 기관장을 제안 받았다. 그렇지만 이를 완곡하게 거절하고 곧바로 지역으로 향했을 만큼 지역을 애정한다. 그의 지역사랑에 많은 사람이 감동, 정치행보에 동참하고 있다.

허 전 비서관의 질주에 도전장을 던진 참모는 강 비서관이다. 지난 8월 비서관으로 승진한 그는 현직 프리미엄을 업고 지역민들과 소통에 나서고 있다. 비서관직을 사퇴하지 않은 강 비서관은 주말이나 휴일 지역을 찾아 조용히 지역민을 만나고 돌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비서관은 구미 출신이지만 성의고(김천)를 나와 안동에서 대학을 다녔다. 따라서 지연과 학연에 무게를 두는 지역 정서상 부담이 큰 느낌이다. 지역 정가에서 그의 지명도가 낮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달 박정희 대통령 탄신 106돌 축사를 대독한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날 행사에는 김관용 평통 수석 부의장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이철우 경북지사, 김영식 구자근 의원, 김장호 구미시장 등 정관계 주요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통상 대통령 메시지는 행사를 주관하는 조직의 장 또는 정치적 서열이 높은 순서로 대독의 기회를 주는 것이 정치 관행이었다. 그런데 이날 강 비서관이 메시지를 대독하면서 기존 질서에 혼란이 생겼다.

특히 지역 출신 두 의원 주변에서 볼멘 소리가 많이 나온다는 후문이다. 이런 흐름 때문인지 최근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김천 출마설이 고개를 든다. 그 뒤로 불출마설도 뒤따른다.

비서관직을 사퇴하지 않은 것이 설왕설래의 배경으로 지적된다. 강 비서관은 지난 지방선거 때 서울 양천구 시의원에 도전했다가 낙선했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서울 영등포(갑)에서 공천 경쟁을 했지만 탈락한 전력이 있다. 이 사실을 아는 지역민들은 체급 문제와 함께 지역 기반이 없어 구미 지역의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언급을 하며 경계심을 보이기도 한다.

김찬영 전 행정관 역시 새정부 출범 후 대통령실에서 활동한 인물이다. 지난 총선에서 구미갑 출마를 노린 전력이 있다. 이번에 구미을로 돌아서 새로운 선택을 준비 중이다. 다만 대통령실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정도로 긴밀한 관계 여부에 대해서는 이론도 나온다. 구미 정가에서는 용산 3인방의 치열한 경쟁에 부담을 느낀 김 전 행정관이 구미갑으로 되돌아 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당초 용산 참모 3인방의 운명은 대통령실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른바 전략공천론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이 흐름을 차단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인 위원장은 ‘대통령실 출신 후보들의 전략공천은 없다’고 꼭 집어 용산참모들의 특권, 특혜에 기댄 총선 출마 가능성을 원천 봉쇄해 버렸다. 인 위원장 발언 이후 지역에서는 ‘공정하면서도 완전한 경선’을 통한 후보선출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윤심(尹心)보다 민심(民心)을 얻는 자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용산 3인방이 벌이는 경쟁은 다른 지역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국민의힘 안방격인 ‘경북 정치1번지’가 갖는 함의와 상징성이 때문이다. 구미 지역에서 공정한 경선이 보장되면 다른 지역 역시 완전경선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구미가 혁신위가 주장한 완전경선의 시범지역이자 상징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공정은 윤석열 정부가 지향하는 가치이자 상징자산이다. 내년 총선 승패도 공평, 공정한 경쟁에서 출발한다. 윤석열 정부의 지향과 총선 승리의 방향이 하나로 일치하는 셈이다. 용산 참모 3인방이 윤석열 정부의 가치 실현에 앞장 설 것인지 지역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구=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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