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7일 혁신위 조기 해산을 선언하며 “김기현 대표에게 감사드린다”며 “혁신위원장을 맡는 기회를 주고, 정치가 얼마나 험난하고 어려운지 알아볼 기회를 줘서 많이 배우고 나간다”고 말했다. 친윤(친윤석열) 핵심과 당 지도부에게 요구했던 내년 총선 험지 출마 및 불출마 요구를 담은 ‘희생’ 혁신안이 즉각 수용되지 않아 혁신위가 조기 해산한 데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 된다.
비정치인 출신의 40대 여성 혁신위원들은 보다 강도 높게 지도부를 향한 쓴소리를 쏟아냈다. 박소연 혁신위원은 “희생과 변화라는 국민 목소리를 외면하면 국민이 투표로 힘 보여줄 것”이라고 비판했고, 임장미 혁신위원은 “사심 없이 희생의 길이 무엇인지 각자 생각해 올바른 길로 가라”고 지적했다. 혁신위는 이날 발족 42일 만에 활동 기한을 2주 남기고 조기 종료했다.
● “희생 없으면 국민이 투표로 심판”
인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동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혁신위 회의로 활동을 마무리 한다”며 “월요일(11일) (혁신안 최종) 보고로 혁신위 활동이 종료될 것”이라고 조기 해산을 공식 선언했다. 희생 혁신안에 대한 즉각 수용을 요구했던 혁신위와 적절한 시기와 절차가 필요하다는 당 지도부간 갈등이 이어지자 조기 종료를 택한 것.
인 위원장은 “국민 눈높이에서 국민이 뭘 원하는지를 잘 파악해서 우리는 50% 성공했다”며 “나머지 50%는 당에 맡기고 기대하며 좀 더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혁신위가 국민의 뜻을 반영해 희생 혁신안을 제시한 만큼 재차 전격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 전날 인 위원장과 회동한 김 대표는 “긴 호흡으로 지켜봐 주시면 혁신안을 바탕으로 국민의 뜻을 받들고 이기는 국민의힘이 되도록 하겠다”며 즉각 수용 의사를 밝히지 않었다.
혁신위원들도 당 지도부를 향해 즉각 수용을 촉구했다. 임 혁신위원은 “어제 인 위원장을 표정을 봤을 때 (혁신위와 지도부 간 갈등이) 봉합됐다고 생각 안 한다”며 “과연 지금까지 얼마나 희생에 대해 생각했고 움직임이 있었는지 다시 한번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박 혁신위원도 “(국민) 기대만큼 충분한 변화를 일으키지 못해 죄송하고 슬픈 마음”이라고 했다. 비정치인 혁신위원들은 지난달 친윤 핵심과 당 지도부에 용퇴를 즉각 수용할 것을 요구하며 “‘듣보잡 병풍’ 취급 말라”며 반발했었다.
혁신위원들도 이날 회의에서 조기 해산에 대해 대체로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생인 박우진 혁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김 대표의 (혁신) 진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혁신위원 일부를 공관위원으로 추천하도록 요구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혁신위 내에서는 “인 위원장의 공관위원장 추천 요구처럼 혁신위가 자리 욕심을 내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와 이를 안건으로 채택하지 않았다고 한다.
● 與, 공천 국면으로 전환 시도
국민의힘 지도부는 일단 혁신위와 추가 갈등이 불거지지 않으며 혁신위 조기해산으로 가는 데 대해 안도하는 모양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김 대표는 전날 본인의 거취 문제를 포함해 총선 승리를 위해서 우리 당이 앞으로 어떤 희생과 헌신을 갖고 혁신안을 잘 녹이겠다는 그 의지를 인 위원장에게 얘기했다”며 “혁신위의 최종안이 올라오면 진일보된 긍정적 메시지가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정해용 혁신위원은 회의 뒤 질의응답에서 “전날 김 대표가 인 위원장과 만나 당 공관위 등 다른 여러 절차를 통해 (혁신안 수용을) 노력하겠다고 분명히 말했다”며 “결과물을 바로 받아봤으면 좋겠지만 그건 아니더라도 혁신위가 던진 안건들이 앞으로 선거 과정에서 다 녹아들 것이라고 저희들은 믿는다”고 했다.
당 지도부는 공천관리위원회와 인재영입위원회 두 축을 내세워 혁신위 갈등 국면을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공천 작업에 속도를 내 이슈를 선점하겠다는 것. 일단 공관위는 통상보다 한 달여 빠른 20일경 띄울 계획이다. 또 인재영입위는 다음주 위원회 차원의 첫 영입 인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 당 지도부 관계자는 “공관위의 공천 작업과 영입위 인사 발표가 맞물리면서 상승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개각하면서 빠져나오는 원희룡 한동훈 장관 등이 선대위 등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도 주요 포인트”라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