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해경, 자진월북 근거 든 수영실험 왜곡”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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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조끼 착용 구조대원 1km 실험뒤
“17시간 수영땐 33km 갈수있다” 주장
해경, 실종 해상과 다른 조건서 결론

2020년 9월 24일 서해 연평도 앞바다에서 업무 중 실종된 공무원 이모 씨가 탔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동아일보 DB
2020년 9월 24일 서해 연평도 앞바다에서 업무 중 실종된 공무원 이모 씨가 탔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동아일보 DB
2020년 9월 서해 공무원 이대준 씨 피살사건 당시 이 씨의 ‘자진 월북’ 근거로 해양경찰청이 내세운 “17시간을 수영하면 33km를 갈 수 있다”는 주장이 실제론 구명조끼를 착용한 구조대원의 1km 수영 실험을 왜곡해 공표한 결과였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감사원이 7일 밝혔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가 자진 월북 근거로 제시한 정황들이 조작됐거나 월북 근거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7일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해경은 이 씨가 실종된 소연평도 해상과 다른 조건에서 실험한 결과를 바탕으로 자진월북 판단에 유리한 근거들을 취사 선택해 공개했다. 해경은 이 씨가 17시간을 천천히 수영해 월북을 시도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인천 내항에서 구명조끼를 착용한 구조대원이 부유물에 의지한 채 1km 거리를 수영한 속도(시속 2.22km)를 토대로 내린 결론이었다.

해경은 또 인체 모형을 실종 지점에 투하한 뒤 4개 기관의 표류예측 결과를 비교하는 실험을 하면서 이 모형의 이동경로, 발견 지점 등과 차이를 보인 3개 기관의 결과는 제외하고 1개 기관 결과만 발표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4개 기관 표류예측 결과에 대한 유족의 정보공개 청구에 해경은 “자료가 없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의 ‘자진 월북’ 몰이는 이 씨가 사망한 다음 날인 23일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가안보실은 이 씨가 스스로 월북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정해놓고 관계기관들이 이를 뒷받침하는 분석 보고서를 만들어 내도록 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 씨가 실종 전 타고 있던 어업지도선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거나 어업지도선에 놓인 슬리퍼가 그의 것이라는 증거가 군 첩보에 없었는데 그가 구명조끼를 입고 있다가 신발을 벗어두고 바다로 뛰어내린 것으로 추정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이 씨가 한자가 기재된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정황 등 자진 월북으로 보기 힘든 군 첩보들은 제외됐다. 국가정보원은 군이 제시한 자진 월북 근거들을 자체 분석한 결과 자진 월북 여부는 불명확하다는 결론을 내리고도 이를 관계장관회의 등에 보고하지 않은 채 침묵했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감사원#해경#자진월북#수영실험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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