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방송3법 재표결서 부결
“정기국회 마지막날까지 정치 실종”
예산안은 이달 20일 처리하기로
8일 21대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 3조 개정안)과 ‘방송 3법’(방송법, 방송문화진흥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 재표결 결과 최종 부결돼 폐기됐다. 올해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에 이어 세 번째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1대 국회에서는 여야가 서로 조정하고 타협하는 과정, 즉 정치가 사라져 버렸다”고 비판했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은 무기명 투표 결과 재석 의원 291명 중 찬성 175명, 반대 115명, 기권 1명으로 부결됐다. 파업 노동자에 대한 회사 측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법안이다. 방송법과 방송문화진흥법 개정안은 찬성 177명, 반대 113명, 기권 1명으로 부결됐고,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은 찬성 176명, 반대 114명, 기권 1명으로 폐기됐다. 방송 3법은 이사 추천 권한을 외부 단체, 학회, 직능단체로 확대하는 등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법안이다.
부결은 사실상 예정돼 있었다. 국민의힘(111석)이 당론으로 반대했기 때문.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재의결되려면 재적 의원(298석)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날 표결에서는 193명 이상이 찬성해야 재의결 될 수 있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21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이 이들 법안의 재표결로 채워지는 건 국민께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금까지 거부된 법안을 모두 다시 준비해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고 엄포를 놨다.
여야는 지역 주민 표심이 영향을 미치는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전북특별자치도 특별법’ ‘중부내륙연계지원 특별법’ ‘세종특별자치시 특별법’ 등은 합심해 처리했다. 반면 예산안은 9일 정기국회 종료일을 넘겨 이달 20일 처리하기로 했다.
野 “거부권 쓴 법안 모두 다시 준비해 처리”… 與 “정략 개탄” 반발
정기국회 마지막 날까지 여야 공방 野 “참 비정한 대통령, 야박한 여당”… 與 “巨野 국정 발목잡기에 국민 분노” 총선앞 쌍특검-3대 국조 놓고 전운… 이재명 “예산협상 안되면 단독 처리”
“21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이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 3조 개정안)과 ‘방송 3법’ 재표결로 채워지는 것은 국민들께 부끄러운 일이다.”(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부결된 방송 3법과 노조법(노란봉투법)은 물론이고 양곡관리법, 간호법을 모두 다시 준비하겠다.”(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
내년 총선을 4개월 앞둔 21대 정기국회 마지막 날에도 ‘거야(巨野)의 입법 폭주→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재표결에 따른 법안 폐기’가 반복됐다. 야당의 강행 처리와 대통령실·여당의 정치력 부재가 낳은 악순환이 올해만 세 번째다.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21대 국회가 끝나는 날까지 정쟁에만 몰두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연말까지 ‘쌍특검법’(김건희·대장동 특검)을 처리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 정기국회 마지막 날에도 ‘네 탓’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은 예상대로 모두 부결됐다. 이들 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 단계에서부터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기까지 민주당의 ‘입법 독주’로 처리돼 왔다. 민주당은 거야 의석수를 앞세워 무력화해왔다. 여당은 강행 처리에 반발해 퇴장할 뿐 협상의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날 부결 직후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대통령 거부권 남발’ 규탄회의를 열고 여권을 맹비난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참 비정한 대통령, 참 야박한 여당이다. 여당은 입법부의 자존심 대신 대통령의 시녀”라면서 “거부된 법안 모두를 합쳐서 다시 준비하고 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가중시키기 위해 끝내 재의요구권 행사 상황까지 만들어낸 민주당의 정략적 의도가 개탄스러울 뿐”이라며 “단호히 부결을 선택했다. 이제 소모적 논쟁은 이걸로 종결됐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쌍특검법’에 더해 3대 국정조사(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오송 지하차도 참사·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추진 등 대여 공세를 바짝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선거 국면에 돌입한 만큼 지지층을 결집하고 선제적인 공세로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무능한 윤석열 정부를 향해 더욱 세게 몰아붙이라는 지지층의 요구가 크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어떻게든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고,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방탄하기 위한 정략적 꼼수일 뿐”이라면서 “거야의 오만과 국정 발목잡기에 분노한 국민이 내년 총선에서 심판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 민주 “이재명 예산 안 늘리면 단독안 처리”
여야의 극심한 대립으로 이미 표류 중인 내년도 예산안 여야 합의가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야는 지난해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정기국회에서 예산안 합의에 실패한 데 이어 올해도 정기국회에서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여야는 이날 12월 임시국회 일정에 합의하고 이달 20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12월 임시회 회기는 11일부터 30일간이다.
현재 여야는 연구개발(R&D), 지역화폐 예산, 청년내일채움공제 등에 대한 이견으로 예산안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7일) 원내대표와 국회 예결위(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가 참여하는 ‘2+2협의체’를 시작했지만 여야 간 파열음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 여당은) ‘예산안 협상이 안 되면 원안으로 표결해서 부결되면 준예산 하면 되겠지, 그러면 야당이 무릎을 꿇겠지’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예산안) 협상이 안 되면 감액만 한 수정안을 민주당 단독으로 표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재명표 예산’을 안 늘리면 단독안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송언석 의원은 “여야가 합의되지 않으면 정부에서 국회의 증액 사항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결과적으로 ‘감액만 해서 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키겠다’는 협박”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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