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120일 앞두고 12일부터 내년 4·10 총선에 출마할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된다. 하지만 여야가 선거구 획정 및 선거제 등 ‘게임의 룰’에 여전히 합의하지 못하고 있어 ‘깜깜이 선거’가 이번에도 되풀이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 신인들은 “어느 지역구에서 뛰게 될 지도 미정인 상황”이라며 “현역 의원들에게만 절대적으로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 정치신인들 ‘깜깜이 선거’에 분통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비례대표 선거제와 선거구 획정 기준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일단 12일부터 현행 전국 253개 지역구를 기준으로 한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된다.
선관위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앞서 5일 국회에 제출한 선거구 획정안에 따르면 지난 총선과 달리 선거구가 변경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총 32곳이다. 올해 1월 전국 선거구 평균 인구를 기준으로 합구와 분구가 각각 6곳, 지역구 조정 5곳, 자치구·시군 내 경계 조정 15곳 등이다. 추후 이 획정안이 확정된다면 최소 32곳에 출사표를 던지는 예비후보자들이 모두 영향권에 든다는 의미다.
‘개리맨더링’에 돌입한 거대 양당이 내년 총선에 임박해서야 선거구 획정 작업을 마칠 가능성이 높다. 여야는 21대 총선 때도 선거를 한 달 앞둔 2020년 3월 6일에야 선거구를 확정했다.
이 때문에 현역 의원처럼 지역구민들을 상대로 의정보고회를 열 수도 없고, 현수막을 무제한으로 걸 수도 없는 정치 신인들의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밖에 없다.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야권의 한 정치 신인은 “선거구가 뒤늦게 변경되면 낯선 동네에서 처음부터 다시 인사를 하고 다녀야 하는데, 지명도가 낮은 신인일수록 불리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 영입한 원외 관계자도 “반드시 잡아야 할 핵심 지역에 전력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혹시 해당 지역이 다른 지역구로 넘어갈까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동두천·연천 출마를 준비하는 손수조 리더스클럽 대표도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구 획정까지 미룰 대로 미루면서 뛸 운동장까지 알려주지 않는 것은 불공정을 넘어 그 뻔뻔함에 기가 막힐 정도”라고 비판했다.
실무적인 불편함도 뒤따른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 예비후보들은 할 수 없이 기존 선거구를 기준으로 후원회를 꾸리는데, 획정 후 뒤늦게 선거구 이름이 바뀌면 후원회 이름도 바꿔야 한다”며 “사실상 법인명을 바꾸는 거라 은행, 국세청 등을 오가면서 관련 서류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선거를 앞두고 한창 바쁜 시기에 상당히 번거로운 일을 떠맡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예비후보 등록일 전후로 제3당도 ‘속도전’
12일 예비후보 등록을 전후로 제3당들의 행보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양향자 의원이 대표로 있는 한국의신당 관계자는 “다음 주 중 경기 판교, 대전 등에서 출마자를 모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태섭 전 의원과 정의당 류호정 의원 등이 뭉친 새로운선택도 17일 공동 창당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창당 절차에 나선다. 새로운선택 관계자는 “이준석 신당, 이낙연 신당이 거론되는 등 제3지대 지형이 때때로 변하는 상황이라 어떤 진영이 또 합류할지가 결정되면 공천 관련 논의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아직 나설 시기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선거의 큰 줄기가 잡힌 뒤 결정할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개인이 하루 일찍 등록하고 움직인다 해도 유리한 단계도 아니다. 절대 서두를 이유도 없고 서둘러서도 안된다”고 밝혔다. 앞서 12월 27일을 ‘신당 창당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던 이 전 대표는 “27일에 창당을 바로 할 수는 없다. 아직 탈당 선언도 안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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