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신인들 ‘깜깜이 선거구’ 분통… “현수막 어디 걸지도 몰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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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총선 예비후보 등록 내일 시작… 정치신인들 “선거구 깜깜”
선거구 변경 예정 지역만 32곳… 21대 총선땐 한달 전에야 확정
지명도 낮은 신인들 절대적 불리… “낯선 동네 다시 인사 다닐수도”

《내년 4월 10일 치러지는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120일 앞두고 12일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된다. 하지만 거대 양당이 선거구 획정 및 선거제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에 올해도 선거 직전까지 ‘깜깜이 총선’이 될 것이란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현역 의원들과 달리 출마를 준비하는 정치 신인들은 예비후보 등록 전에는 선거사무소를 차리거나 얼굴과 이름이 적힌 선거홍보용 현수막을 내걸 수 없다 보니 “기득권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 “어디서 뛸지도 모르는 채 일단 등록부터 하라는 것이냐”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

내년 4·10총선을 120일 앞두고 12일부터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된다. 하지만 여야가 선거구 획정 및 선거제 등 ‘게임의 룰’에 여전히 합의하지 못하고 있어 ‘깜깜이 선거’가 이번에도 되풀이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 신인들은 “어느 지역구에서 뛰게 될지도 미정인 상황”이라며 “현역 의원들에게만 절대적으로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정치 신인들 ‘깜깜이 선거’에 분통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비례대표 선거제와 선거구 획정 기준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일단 12일부터 현행 전국 253개 지역구를 기준으로 한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된다.

선관위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앞서 5일 국회에 제출한 선거구 획정안에 따르면 지난 총선과 달리 선거구가 변경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총 32곳이다. 올해 1월 전국 선거구 평균 인구를 기준으로 합구와 분구가 각각 6곳, 지역구 조정 5곳, 자치구·시군 내 경계 조정 15곳 등이다. 추후 이 획정안이 확정된다면 최소 32곳에 출사표를 내는 예비후보자들이 모두 영향권에 든다는 의미다.

‘게리맨더링’(정략적인 선거구 조정)에 돌입한 거대 양당은 내년 총선에 임박해서야 선거구 획정 작업을 마칠 가능성이 높다. 여야는 지난 18·19대 4월 총선 당시 각각 2008년과 2012년 2월 29일에 선거구를 확정했고, 2016년 20대 총선 때는 그해 3월 2일, 21대 총선 때도 선거를 한 달 앞둔 2020년 3월 6일에야 선거구를 확정했다. 획정위의 획정안이 확정되려면 국회 본회의 표결을 거쳐야 한다. 아무리 빨라도 20일 본회의까지 최소 8일간은 예비후보자들이 혼란을 겪어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여야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획정안을 검토해 재획정을 요구한 뒤 획정위가 다시 국회에 넘기는 중간 과정까지 고려하면 공백기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선거구 획정이 지연되는 것을 방치한다면 예비후보자의 권리는 물론이고 헌법상 국민에게 부여된 선거권이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시간 제약상 현역 의원처럼 지역구민을 상대로 의정보고회를 열 수도 없고, 현수막을 무제한으로 걸 수도 없는 정치 신인들은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야권의 한 정치 신인은 “선거구가 뒤늦게 변경되면 낯선 동네에서 처음부터 다시 인사를 하고 다녀야 하는데, 지명도가 낮은 신인일수록 불리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 영입한 원외 관계자도 “반드시 잡아야 할 핵심 지역에 전력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혹시 해당 지역이 다른 지역구로 넘어갈까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무적인 불편함도 뒤따른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 예비후보들은 할 수 없이 기존 선거구를 기준으로 후원회를 꾸리는데, 획정 후 뒤늦게 선거구 이름이 바뀌면 후원회 이름도 바꿔야 한다”며 “사실상 법인명을 바꾸는 거라 은행, 국세청 등을 오가면서 관련 서류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선거를 앞두고 한창 바쁜 시기에 상당히 번거로운 일을 떠맡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예비후보 등록일 전후로 제3당도 ‘속도전’

12일 예비후보 등록을 전후로 제3당들의 행보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양향자 의원이 대표로 있는 한국의희망 관계자는 “다음 주에 경기 성남시 판교, 대전 등에서 출마자를 모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태섭 전 의원과 정의당 류호정 의원 등이 뭉친 새로운선택도 17일 공동 창당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창당 절차에 나선다. 새로운선택 관계자는 “이준석 신당, 이낙연 신당이 거론되는 등 제3지대 지형이 때때로 변하는 상황이라 어떤 진영이 또 합류할지가 결정되면 공천 관련 논의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총선#깜깜이 선거구#예비후보자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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