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헤이그 특사’ 거부한 리데르잘 찾는다…“국빈 자격 방문으로 큰 의미”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11일 16시 45분


“116년 전 국권을 뺏긴 대한제국 특사단이 거부 당했던 곳을 이번에 대한민국 대통령이 국빈 자격으로 방문하기 때문에 역사적 의미가 크다.”

윤석열 대통령이 1907년 만국평화회의가 열린 네덜란드 헤이그 ‘리데르잘’을 13일(현지 시간) 방문하는 것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위해 11일 출국했다.

윤 대통령은 리데르잘 방문을 위해 애초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에 가기로 한 일정도 취소했다. 국권을 빼앗긴 약소국에서 글로벌 중추국가로 성장한 대한민국의 위상을 알리고 순국선열 희생을 기리는 게 그만큼 의미가 크다고 봤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13일 뤼터 총리와 함께 헤이그 빈넨호프에 소재한 리데르잘을 방문할 예정이다. 헤이그 특사였던 이준 열사 기념관도 찾는다. ‘기사의 전당’(Hall of Knights)을 뜻하는 리데르잘에선 1907년 6월 제2차 만국평화회의가 열렸다. 당시 고종은 헤이그 특사를 파견해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알리고자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회의장까진 도달했지만 일제의 방해로 만국평화회의 참석은 끝내 거부당한 이준 열사는 장외 외교투쟁을 벌이다 그해 7월 현지에서 순국했다.

앞서 7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윤 대통령의 이번 네덜란드 국빈 방문은 독립운동과 호국보훈 정신을 고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윤 대통령은 뤼터 총리와 회담 후 함께 헤이그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을 찾으려고 했지만 순방 직전 리데르잘로 행선지를 바꿨다. 김 차장은 “윤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통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권 회복, 독립을 위해 헌신하신 순국 선열들의 정신을 되새길 것”이라며 “강력한 국방력과 글로벌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자유 민주주의와 세계평화 수호 의지도 표명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네덜란드 반도체 동맹도 구축한다. 13일 뤼터 총리와 회담에선 양국 간 ‘반도체 대화체’ 신설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하루 앞선 12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함께 외국 정상 최초로 펠트호번에 있는 ASML ‘클린룸’과 최신 노광장비 생산 현장도 시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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