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기득권 내려놓겠다” 사퇴론엔 거리… 친윤 장제원 “잠시 멈추려한다” 불출마 시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12일 03시 00분


총선 D―120… 與 혁신위 조기 종료

김기현 대표(왼쪽), 장제원 의원
김기현 대표(왼쪽), 장제원 의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1일 “저를 비롯한 우리 당 구성원 모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인요한 혁신위원회 공식 종료와 관련해 “혁신위 결과물은 당의 공식 기구에서 질서 있게 반영하겠다”고 했다. 이날 오후 친윤(윤석열) 핵심인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이 “이제 잠시 멈추려 한다”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시사했다. 내년 총선을 120일 앞두고 혁신위가 ‘빈손 혁신위’라는 평가 속에 막을 내린 가운데 친윤 핵심과 당 지도부의 쇄신 움직임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즉생(死則生·죽고자 하면 산다)의 각오로 민생과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부 현실 정치에 그대로 적용하기에 까다로운 의제가 있으나 그 방향성과 본질적 취지엔 적극 공감한다”며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이날 오후 8시경 페이스북에 아버지 고(故)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 산소를 찾은 뒤 글을 올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벌써 8년이 지났다”며 “보고 싶은 아버지! 이제 잠시 멈추려 합니다”라고 썼다. 여권 관계자는 “장 의원이 내년 총선에 불출마한다고 한다”며 “이제 김 대표의 결심이 남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2일 지도부가 모두 참석하는 서울 구룡마을 연탄나눔 봉사활동에 참석할 예정이었다가 돌연 취소했다. 김 대표도 이르면 12일 자신의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김 대표는 “혁신위 결과물은 당의 공식 기구에서 질서 있게 반영하겠다”고 했다. 당 위기 책임론을 물어 당내에서 분출된 ‘대표직 사퇴론’에 대해서는 거리를 뒀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 대표에 가까운 김석기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가 물러나고 누가 당 대표가 돼야 반드시 총선에서 이긴다는 것이냐”고 했다.

‘김장연대’ 장제원 먼저 용퇴 시사… “사즉생” 김기현 거취 주목


[총선 D-120]
張, 부친 묘소 찾은뒤 ‘잠시 멈춤’ 글… 혁신위 ‘희생’ 요구에 먼저 화답
김기현 체제 놓고 공방 격화될듯
金, 오늘 예정 공개일정 돌연 취소… 여권 “이르면 오늘 불출마 밝힐수도”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소 무거운 표정으로 착석할 의자를 만지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저를 비롯한 우리 당 구성원 모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즉생의 각오로 민생과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소 무거운 표정으로 착석할 의자를 만지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저를 비롯한 우리 당 구성원 모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즉생의 각오로 민생과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1일 “저를 비롯한 우리 당 구성원 모두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즉생의 각오로 하겠다.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한 지 6시간여 만에 친윤(윤석열)계 핵심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이 “이제 잠시 멈추려 한다”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시사했다. 김 대표와 함께 혁신위원회로부터 ‘용퇴’ 압박을 받아 온 장 의원이 먼저 행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여권 관계자는 “장 의원이 가장 먼저 총대를 멘 것”이라고 했다. 당내에선 벌써부터 장 의원의 차기 부산시장 출마설이 나온다.

당 혁신위원회가 친윤 핵심과 당 지도부의 험지 출마 요구를 담은 ‘희생’ 혁신안을 최종 보고한 이날 김 대표는 혁신안의 방향성과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장 의원이 먼저 결단하면서 조만간 출범할 국민의힘 총선 공천관리위원회에 앞서 김 대표가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커졌다. 두 사람은 올해 초 전당대회에서 이른바 ‘김-장 연대’를 표방한 바 있다. 김 대표는 당초 12일 윤재옥 원내대표, 이만희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가 모두 참석하는 서울 구룡마을 연탄나눔 봉사활동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돌연 공개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 김기현 “사즉생”, 장제원 불출마 시사

친윤(친윤석열) 핵심인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11일 오후 페이스북에 “이제 잠시 멈추려 한다”는 제목의 글과 함께 올린 사진. 장 의원이 부친 고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의 묘소를 살펴보고 있다. 장제원 의원 페이스북 캡처
친윤(친윤석열) 핵심인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11일 오후 페이스북에 “이제 잠시 멈추려 한다”는 제목의 글과 함께 올린 사진. 장 의원이 부친 고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의 묘소를 살펴보고 있다. 장제원 의원 페이스북 캡처
장 의원은 그간 공개 일정은 소화하지 않으면서 혁신위의 용퇴 요구에 관광버스 92대에 지지자 4200여 명을 동원한 내용의 글 등으로 대응하며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나 혁신위가 활동을 종료하면서 당 지도부에 ‘희생’ 혁신안을 보고한 이날 선친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의 묘소를 다녀온 뒤 불출마를 시사하는 글을 올렸다. 앞서 6일 윤석열 대통령이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부산을 찾았을 때도 장 의원은 부산 의원 중 유일하게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부산 정가에서는 “장 의원이 불출마로 정리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장 의원은 최근 주변에 “불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윤 대통령이 김 대표와 인 위원장과의 비공개 오찬에서 “인 위원장이 혁신을 50% 완성했는데 당과 협력하면 100% 완성시킬 수 있지 않겠냐”고 주문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여권은 보고 있다.

장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당의 시선은 김 대표에게 쏠린다. 김 대표는 12일 오후 예정했던 공개 일정을 돌연 취소했다. 여권에서는 “이르면 12일 김 대표도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겠느냐”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김 대표는 “현실 정치에 그대로 적용시키기에는 까다로운 의제” 등을 부연하면서 본인의 사퇴론은 사실상 일축했다. 김 대표가 이날 강조한 “질서” 발언은 지난달 14일 본인 거취를 압박하던 혁신위를 향해 “정제된 언행을 하라”고 강하게 비판할 때도 언급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공언해 온 것처럼 공천관리위원회에 희생 혁신안 등을 넘기고, 본인의 불출마 여부 등을 밝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직 사퇴는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 김기현 체제 유지 두고 당내 공방 격화

이날 김 대표가 “질서 있게 반영하고 추진하겠다”는 선에서 입장을 내놓자 즉각 당내에선 “세 글자로 레토릭(수사·修辭), 네 글자로 ‘콘크리트’라고 봐야 한다. (당 지도부가) 바뀌지 않는다는 게 명확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장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당내에선 김기현 체제를 둘러싼 공방도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친윤(친윤석열) 초선 의원들은 김 대표의 사퇴를 압박하는 중진 의원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날 국민의힘 단체 대화방에서는 강민국 박성민 양금희 이용 의원 등 초선 10여 명이 김 대표의 사퇴를 주장한 서병수 하태경 의원 등을 향해 “지도부 흔드는 자가 X맨” “퇴출 대상이 내부 총질” “자살특공대가 불난 집에 부채질한다” 등의 거친 글을 올렸다.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수행실장이었던 이용 의원은 “장수를 바꾸는 실수를 저지르면 내년 총선이라는 전쟁을 제대로 치를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앞서 김석기 최고위원 임명 당시에도 단체 채팅방에서 ‘김석기 찬성 글’을 줄지어 올렸다고 한다. 김기현 체제 유지가 기로에 설 때마다 집단 행동에 나서는 것. 당내에선 3·8전당대회에서 50여 명의 초선 의원이 당시 당 대표 후보였던 나경원 전 의원의 사퇴를 요구한 연판장 사태를 연상케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총선 d―120#與#혁신위 조기 종료#김기현친윤 장제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