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3일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하면서 8개월 넘게 이어진 ‘더불어민주당 경선대회 돈봉투 살포사건’ 의혹 수사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검찰은 의혹의 정점으로 꼽히는 송 전 대표의 신병을 먼저 확보한 후 돈봉투 수수 국회의원들을 규명하는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이날 정당법·정치자금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수수) 등 혐의로 송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송 전 대표는 구속 상태로 조사받은 후 재판에 넘겨질 수 있다.
송 전 대표는 2021년 3~4월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캠프를 운영하면서 자신의 당선을 위해 부외 선거자금 6000만원을 교부 받아 현역 국회의원 및 지역본부장을 대상으로 총 6650만원이 든 돈봉투를 살포한 혐의를 받는다. 또 자신이 설립한 외곽 후원조직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를 통해 7억63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도 있다.
돈봉투 수사는 지난해 개인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서 출발했다. 당시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하던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을 비롯한 민주당 관계자들이 돈봉투 살포를 모의했던 과정을 포착했다.
검찰은 4월12일 윤관석·이성만 전 민주당 의원 등 피의자 9명을 압수수색하며 돈봉투 수사의 신호탄을 울렸다. 이어 5월부터 8월까지 돈봉투 살포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던 강래구 전 상임감사위원(5월26일)과 박용수 전 보좌관(7월21일), 윤관석 전 의원을 구속해(8월22일) 재판에 넘기며 수사에 속도를 냈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혐의를 굳게 부인했던 이들은 재판에 넘어가자 의혹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전 보좌관은 9월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사업가 김모씨로부터 현금 5000만원을 부외 선거자금으로 기부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윤 전 의원 또한 돈 봉투 액수가 과장됐다면서도 자신이 돈을 받아 의원들에게 전달했다는 큰 줄기의 혐의를 인정했다.
수사를 이어가던 검찰은 송 전 대표의 외곽 후원조직인 ‘먹사연’을 통해 불법 정치자금이 유입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했다.
검찰은 먹사연이 송 전 대표의 측근들로부터 선거 자금을 지원받은 후 경선을 앞두고 송 전 대표 캠프에 컨설팅 비용 및 사무실 대여료 등을 대납한 것으로 의심한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8월 송 전 대표에게 3억여원을 후원한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8월8일), 캠프에서 사용한 식비를 대납해 준 사업가 송씨(8월18일)를 수사 선상에 올리며 ‘먹사연’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박 전 회장과 관련해서는 ‘입법 로비’ 의혹이 추가로 불거지기도 했다. 검찰은 박 전 회장이 건넨 3억원 중 4000만원은 자신의 사업과 관련해 유리한 입법을 청탁해달라는 ‘입법 로비’ 뇌물 성격으로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의혹의 중심에 있는 송 전 대표의 신병을 확보한 후 △돈봉투 살포 의혹 △먹사연 캠프 비용 대납 의혹 △뇌물 의혹 전반을 조사할 예정이다.
송 전 대표는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돈봉투 의혹에 대해선 경선 당시 후보가 캠프 일을 일일이 챙기기 어려워 사건에 대해 알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송 전 대표 조사가 어느 정도 끝나면 수수의원 소환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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