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민주당 돈봉투 사건의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송 전 대표가 결국 구속 기로에 놓이게 됐다.
송 전 대표가 전원 구속된 측근들과 같은 길을 걷게 될 지, 관련자들 중 처음으로 영장이 기각될지 관심이 모인다. 윤관석 무소속 의원과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등 구속된 측근들은 의혹 초기에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다 구속 후 재판에 들어가자 혐의를 인정한 모습을 보였다.
법조계에서는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송 전 대표가 돈 봉투 살포를 인지, 지시 또는 개입 했는지를 검찰이 얼마나 입증하느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 송영길 전 대표 어떤 혐의 받나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13일 정당법·정치자금법·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관한 법률위반(뇌물수수) 등 혐의로 송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송 전 대표는 2021년 3~4월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캠프를 운영하면서 자신의 당선을 위해 부외 선거자금 6000만원을 교부 받아 현역 국회의원 및 지역본부장을 대상으로 총 6650만원이 든 돈 봉투를 살포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20~2021년 자신이 설립한 외곽 후원조직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을 통해 7억63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7억63000만원 중 4000만원은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소각처리시설 관련 청탁 명목으로 보고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가법)상 뇌물죄도 함께 적용했다.
돈봉투 사건으로 먼저 재판에 넘겨진 윤 의원과 강 전 상임감사위원,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등도 혐의를 일부 인정하고 있고, 송 전 대표도 돈이 오고 간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고 있다. 윤 의원은 재판에서 돈 봉투들을 수수한 것은 맞지만 봉투 하나 당 300만원이 아닌 100만원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 구속영장 ‘돈봉투’ 살포·불법 정치자금 인지 여부 따라 갈릴 듯
송 전 대표도 지난 8일 검찰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전당대회 사건으로 공직선거법에 비해 훨씬 비난 가능성이 작다”며 “3선 의원을 장기간 구속할 만큼 (중대한 범죄라는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검찰이 실제 돈봉투 지급 사실을 송 전 대표가 알고 있었는지, 송 전 대표가 이를 지시하거나 돈봉투 자금 조성 및 지급 과정에 개입했는지를 얼마나 입증하는지에 따라 구속 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사무부총장 녹취록을 확보하고 있는 JTBC는 지난 4월 이 전 사무부총장과 강 전 상임감사위원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송 전 대표가 개입했다는 정황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성만 의원이 전달해준 돈봉투를 캠프 지역 본부장들에게 나눠준 사실을 송 전 대표에게 보고했고, 송 전 대표가 돈봉투를 직접 나눠준 것으로 의심되는 대화가 오고갔다는 내용이다.
강 전 감사도 재판에서 “당대표 선거의 형사책임은 최종적으로 총괄 라인인 송영길 전 대표가 져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라며 최종 수혜자인 송 전 대표를 저격했다.
아직 구체적으로 측근들 재판에서 송 전 대표가 직접적으로 개입됐다는 증거 및 증언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측근들이 혐의를 인정하고 일부 측근은 송 전 대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점, 송 전 대표의 개입 정황이 있는 이 전 사무부총장의 녹취록이 있는 점 등은 송 전 대표에게 불리하다. 구속 상태였던 측근들이 송 전 대표의 개입에 관한 진술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먹사연을 통한 불법 정치자금 및 뇌물 수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만큼 검찰은 이미 먹사연으로 유입된 자금이 경선 캠프 등 정치자금으로 사용된 정황은 객관적으로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혐의들도 송 전 대표가 불법 정치자금 및 뇌물이라는 점을 인식했는지 여부가 영장실질심사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검찰이 송 전 대표의 인지 및 개입 여부를 명확하게 입증하지 못하거나, 측근들이 혐의를 인정하고 있고 검찰의 수십 차례 압수수색으로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는 이유로 구속영장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법원이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할 경우 검찰이 무리하게 민주당 윗선을 노리고 수사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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