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김기현 대표는 명예를 중시하는 분이다. (회동에서) 본인이 굉장히 자리에 집착하는 사람처럼 비치는 상황 자체가 하루라도 지속하면 너무 화가 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이 전 대표와 비공개 회동 뒤 오후에 대표직 사퇴를 선언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 전 대표에 이어 김 대표도 대표직에서 중도 하차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회동 뒤 약 3시간 만에 유튜브에 출연에 “(사퇴) 하더라도 모양새가 괜찮아야 하는데,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다가 갑자기 대통령이 출장 갈 때 일 처리를 마치려는 모양새로 가버리면 하나의 관행, 버릇처럼 돼 큰일 난다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 대표는 “이미 억울한 일은 당하는 거고 대신 무책임해지진 마시라고 말했다”며 “성급하지 않게 좀 차분하게 생각하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방송이 끝나기 전 김 대표는 사퇴를 발표했다.
이 전 대표는 비공개 회동 사실을 공개한 것에 대해 “공개하기로 한 것은 김 대표와 공통 의사”라며 “만나고 헤어질 때 김 대표가 ‘가볍게 기자들한테 만났다고 이야기해도 되겠네’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당내에선 “윤 대통령 의중에 따라 당대표에서 물러나는 심정을 보여주려는는 의도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대표가 이 전 대표와 만난 사실이 알려지자 “김 대표가 신당에 참여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에 김 대표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이 전 대표와 만나 신당 창당과 관련한 당내 여러 우려사항을 전달했다”며 “이준석 신당에 참여하는 것 아니냐는 낭설은 전혀 근거 없는 것이다. 오히려 오늘 저는 신당 창당을 만류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김 대표 사퇴 뒤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탈당과 신당 창당 작업에 전혀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이 전 대표는 KBS 라디오에서 여당 잔류에 대해 “가능성이 없다”며 “아마 27일에 하는 것은 탈당이고 바로 다음 날부터 창당 준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여당 내부에선 “‘이준석 신당’ 창당으로 보수가 참패하면 이 전 대표가 뒷감당을 하기 어렵다”며 창당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나왔다. 최근 이 전 대표와 만난 한 의원은 “이 전 대표는 여권의 판을 흔들려는 목적으로 신당을 언급하는 것”이라며 “당 지지율이 떨어지면 당이 손을 내밀어 대통합해서 같이 갈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의원도 “당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정치적 공간을 가늠해 보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