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대표직 전격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내년 총선 불출마는 선언하지 않았다. 당내에선 “김 대표가 장고 끝에 대표직을 내려놓는 대신에 지역구인 울산 남을에서 5선에 도전하는 것 아니냐”란 관측이 나왔다.
당내에선 김 대표 사퇴를 계기로 공천을 통한 인적 쇄신 폭이 커지면서 ‘친윤 핵심 용퇴론’과 ‘영남 물갈이론’이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김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700자 분량의 대표직 사퇴 입장문을 올렸지만 ‘불출마’나 ‘험지 출마’를 시사하는 메시지는 담기지 않았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겠다던 서동욱 울산 남구청장이 돌연 구청장직 사퇴를 철회한 것도 울산 남을 재출마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여권은 보고 있다.
당 관계자는 “거센 사퇴 압박에 대표직은 물러나더라도 지역 기반은 가져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사퇴를 압박했던 하태경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에서 “대표직은 사퇴하고 울산 출마는 용인해주는 방향으로 당의 총의를 모았으면 좋겠다”며 “김 대표가 부울경 지역에서는 영향이 아주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대표직만 던지고 울산 남을에 출마할 경우 ‘영남 물갈이론’ 요구가 다시 분출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선 김 대표의 사퇴를 압박했던 5선의 서병수 의원(부산 부산진갑)을 중심으로 영남 중진에 대한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 의원은 수도권 험지 출마 선언 뒤 같은 당 최재형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종로를 택해 당내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한 영남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다들 불출마나 험지 출마를 고민하거나 기회를 보는 분위기”라면서도 “혁신의 방향은 맞지만 너무 성급하게 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친윤계 핵심 의원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호응이 없는 상태다. 김 대표의 사퇴로 이른바 ‘친윤 4인방’ 중 권성동 의원(4선·강원 강릉), 윤한홍 의원(재선·경남 창원 마산회원), 이철규 의원(재선·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의 거취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3명 모두 이날 공개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전날 장제원 의원(3선·부산 사상)은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 여당 의원은 “당의 핵심적인 인사들이 큰 결단을 하고 모범을 보였으니 국민 눈높이에 맞춰 당의 혁신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