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결단이 임박한 모양새다. 한 장관은 자신의 비대위원장 자격 논란을 두고 “진짜 위기는 경험이 부족해서라기보다 과도하게 계산하고 몸을 사릴 때 오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19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출석 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 경험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는 질문에 “세상의 모든 길은 처음엔 다 길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같이하면 길이 되는 것”이라며 “진짜 위기는 경험이 부족해서라기보다 과도하게 계산하고 몸을 사릴 때 오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한 장관 발언은 중국 근대문학의 대문호 ‘루쉰’의 소설 <고향>을 인용한 내용으로 보인다. 루쉰은 책에서 “희망이란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다. 걷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한 장관은 그동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유력 후보로 거론된 이래 거취와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날 역시 “제가 어떤 제안을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정 정당의 비대위 구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할 입장이 아닌 것 같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한 장관의 발언은 그간 정치권에서 자신의 비대위원장 자질 중 가장 큰 단점으로 꼽아온 ‘정치 경험’을 정면으로 반박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비대위원장 제안이 올 경우 수락할 것이라는 의중을 시사한 발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간 당내에서는 한 장관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길 수 있는지를 두고 여러 관측이 나왔다. 한 장관이 그간 정치권에 발을 들이지 않은 인물로서 참신한 캐릭터인 데다 여성·중도·고령층으로부터 두루 지지를 얻고 있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동시에 선거 지휘나 정치 경험이 없고 정무적 감각 검증이 부족하다는 사실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 장관은 비대위원장으로서 정계에 입문하는 데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관계에 대해서도 이날 다시 한 번 방어에 나섰다.
한 장관은 ‘민주당에서 윤석열 대통령 아바타라는 비판이 나온다’는 질문에 “지금까지 공직 생활을 하며 공공성 한 가지 기준만 생각하며 살아왔고 그 과정에서 누구도 맹종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한 장관 정계 등판설에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연일 견제가 이어지고 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이날 법사위 전체 회의에 출석한 한 장관에게 거취를 물으며 ‘오늘이 마지막 상임위인지 궁금해한다’고 질의했다. 한 장관은 “오늘 말씀하실 내용은 아닌 것 같다”며 “위원님 혼자 궁금해하시면 될 것 같다”고 답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20일 상임고문단 회의를 열고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을 논의한다. 이르면 이번 주말에는 비대위원장 인선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은 비대위원장에 당 원로뿐 아니라 여론조사 등의 방법으로 당원 의견도 수렴할 계획이다.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은 “나중에 (비대위원장 인선) 결과가 발표됐을 때 왜 우리 의견은 듣지 않았냐는 불만이 가급적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그는 이번 주 내에 비대위원장 인선을 마칠 것인지 묻는 말에 “시점을 이번 주 내로 표현하기보단 제가 의사결정을 하는데 거쳐야 할 과정을 다 마치고 나면 설명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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