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에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이 가시화되고 있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한동훈 비대위’가 우려를 불식시키고 위기를 수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전날(19일) ‘정치 경험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는 질문에 중국 근대문학의 대문호 루쉰의 소설 ‘고향’을 인용해 “세상의 모든 길은 처음엔 다 길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같이 가면 길이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비대위원장 수락 여부가 관심을 받던 상황에서 답변을 피하지 않은 것이다.
당내에선 친윤(친윤석열)계 의원과 최고위원을 주축으로 당이 위기 상황인 만큼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반면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한 장관을 향한 우려는 정치 경험이 없다는 점과 당의 자산을 잃을 수 있다는 점, 대통령과 가깝다는 점 등 크게 3가지다.
우선 정치 경험이 전무한 한 장관이 복잡한 위기 상황을 풀어야 하는 비대위원장보다는 인지도를 바탕으로 선거대책위원장 등을 맡아 내년 총선에서 역할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비대위원장은 선대위원장과 달리 24시간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뭘 알아야 의사결정을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특히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등 ‘당의 자산’인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을 맡았다가 위기를 수습하지 못할 경우 최악의 상황에선 여당이 인재도 잃고 총선에서도 패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다른 중진 의원은 “정치권이 험한 곳이라 (한 장관이) 들어오면 막 공격할 텐데 너무 빨리 상처받을 수 있다”며 “인재를 키우는 입장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보다 큰 우려는 ‘윤바타(윤석열 대통령 아바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윤 대통령과 가깝다는 점이다. 현재 당 안팎에선 ‘윤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김기현 전 대표와 달리 용산에 할 말을 하는 지도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윤 대통령 측근을 비대위원장에 앉히는 게 당정 관계의 재정립에 도움이 되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친윤계 의원들과 김병민·장예찬 최고위원 등이 한 장관에 대해 ‘대통령에게 직설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하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비판도 있다. 이미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내정한 상태에서 당위성을 강조하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을 맡을 경우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비대위 구성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관한 입장 정리를 통해 국민적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비대위 구성과 당직 개편, 공천관리위원장 임명 등이 비대위 방향성을 보여줄 바로미터가 되지 않겠나”라며 “친윤 일색이면 이야기가 나올 것이고 신선하면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당 대표는 감정노동자와 다르지 않아서 법에 대한 해석보다는 국민 정서와 눈높이에 맞는 메시지가 중요하다”며 “한 장관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전폭적으로 수용하고, 이준석 전 대표에게도 손을 내밀어서 선대위 때 투톱 체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이 대통령에 대한 평가로 흐르면 여당에 불리하고 한동훈 대 이재명, 국민의힘 대 민주당 구도를 만들어내야 한다”며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1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거의 다른 정권처럼 차별화돼 있어서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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