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20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에 연일 무게를 싣는 가운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한 것.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다양한 의견들을 더 수렴해 나가겠다”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이 대표와 1시간 30분 동안 오찬을 함께 했다. 김 전 총리는 오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민주당만의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범민주, 범진보 세력 전체를 아울러야 이 어려운 난국을 타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해 진보 진영 전반을 포괄해 함께 가야 한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이 대표는 “김 전 총리의 말씀 많이 들어보겠다. 부족한 것도 많고 해야 될 일도 많은데 이럴 때일수록 함께 힘을 모아서 같이 해야 되지 않겠나”라고 즉답을 피했다.
김 전 총리는 오찬 자리에서 이 대표에게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이낙연 전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오찬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총리가 이 대표에게 당 통합을 위해 이 전 대표를 비롯해 많은 분을 만나고 충분한 대화를 할 것을 전했고 (당 분열의) 수습 방안도 찾아보기를 바란다는 말도 전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당의 단합과 총선을 위해서 산이든 물이든 건너지 못할 게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대표가 이 전 대표를 만날 의향이 있음을 거듭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 수석대변인도 이 대표와 이 전 대표의 만남에 대해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이 대표에게 “강성지지층을 자제시켜야 한다”고도 당부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당 통합엔 공감하면서도 당 대표직 사퇴와 통합비상대책위원회 전환 가능성에는 여전히 거리를 두고 있다. 당내 비명(비이재명)계 모임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들이 대표의 사퇴와 통합비대위로의 전환을 요구한 것에 대해 권 수석대변인은 “산이나 강도 넘겠다는데 (이 대표가) 동료 의원들을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통합비대위는) 지나치게 많이 나간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김 전 총리와 이 대표의 오찬 회동에서도 이 대표의 사퇴 및 통합비대위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김 전 총리와 이 대표의 회동에 대해 “실망스럽다”며 신당 창당 준비를 계속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전 대표는 “당이 변화할 것인지 진전이 전혀 없어 보인다”며 “나로서는 해오던 일을 계속 할 것이다. 다만 민주당에 연말까지 시간을 주겠다는 말은 아직 유효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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