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이임사를 통해 “저는 잘하고 싶었다. 동료시민들의 삶이 조금이나마 나아지게 하고 싶었다”며 “특히 서민과 약자의 편에 서고 싶었다. 그리고 이 나라의 미래를 대비하고 싶었다”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취임 1년 7개월 만에 장관직을 내려놓은 한 장관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내년 4월 총선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한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이임식을 열고 “제가 한 일 중 잘못되거나 부족한 부분은 저의 의지와 책임감이 부족하거나 타협해서가 아니라, 저의 능력이 부족해서일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 장관은 이어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 검사 일을 마치면서도 같은 말을 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말씀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앞으로도 제가 뭘 하든, 그 일을 마칠 때 똑같이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 장관은 이임식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 직을 수락한 데 대해 “9회말 투아웃에 투스트라이크면 원하는 공이 들어오지 않아도,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애매해도 후회없이 휘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상식있는 동료 시민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길을 같이 만들고 같이 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상식과 생각이라는 나침반을 가지고 앞장 서려고 한다”며 “지지해주시는 의견 못지 않게 비판하는 다양한 의견도 경청하고 존중하며 끝까지 계속 가보겠다. 용기와 헌신으로 해내겠다는 약속드린다”고 했다.
비대위 위원 인선 기준에 대해서는 “국민을 위해 열정적으로 헌신할 수 있는 실력있는 분을 모시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신당 창당을 예고한 이준석 전 대표와 만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 장관은 “당을 가리지 않고 당연히 많은 분들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특정한 사람에 대해서 따로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답했다. 또 당내 통합에 대해선 “국민의힘은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이라며 “다양한 목소리를 잘 듣고 결과적으로 하나의 목소리를 내면서 이겨야 할 때 이기는 정당으로 이끌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직 제의 수락과 사의 표명, 면직안 재가 등은 반나절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법무부는 이날 “한동훈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제의를 수락하고 윤석열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한 장관의 사의를 받아들여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대통령실 김수경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사의 표명 약 2시간 만이다. 국민의힘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보다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 장관을 당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진행해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하기 위한 전국위원회 소집 안건을 의결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제10차 전국위원회 소집 요구안을 내일(22일) 공고하고 26일 오전 10시에 비대면 ARS(자동응답시스템) 투표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6일 전국위에서 의결되면 한 장관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공식 취임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법무부는 당분간 이노공 차관 대행 체제로 바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후임자 지명과 관련해 “공백이 생기지 않게끔 절차를 잘 지켜가면서 빈틈없이 잘 하실 것”이라고만 밝혔다. 법무부 장관 후보군으로는 길태기 전 서울고검장,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 이노공 차관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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