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2.8배로 키우고 대잠 능력 강화
내부 통로 벽에 46용사 이름 새겨
‘생존’ 류지욱 중사, 신형에도 승선
윤청자 씨 “나처럼 자식 잃어선 안돼”
23일 오전 경기 평택의 해군 2함대사령부 항구에 군함 한 척이 위용을 드러냈다. 길이 122m, 폭 14m의 2800t급인 이 신형 호위함의 이름은 ‘천안함(FFG-Ⅱ)’. 2010년 3월 26일 서해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의 어뢰 공격에 피격돼 두 동강 난 천안함(PCC)이 13년 만에 같은 이름으로 작전 배치된 것이었다. 이름만 같을 뿐 초계함에서 최신예 호위함으로 완전히 탈바꿈한 천안함은 옛 천안함 소속 부대인 2함대에 입항했다. 2함대는 피격된 옛 천안함이 전시돼 있는 곳이기도 하다.
● 옛 천안함보다 덩치 커지고 무장도 월등
신형 천안함은 해군이 구형 호위함과 초계함을 대체해 전력화 중인 신형 호위함 중 13번째 함정이다. 길이 88m, 폭 10m의 1000t급이던 옛 천안함에 비해 덩치가 눈에 띄게 커졌다. 선체고정음탐기(HMS)와 예인선배열음탐기(TASS)가 탑재돼 북한 잠수함 탐지 능력도 옛 천안함에 비해 크게 강화됐다. 무장 역시 옛 천안함엔 없던 전술함대지유도탄, 장거리 대잠어뢰, 근접 방어무기 등을 탑재했다. 천안함 피격의 아픔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형 천안함은 23일 2함대에 공식 작전 배치됐다. 이날 2함대에선 김경철 2함대사령관을 비롯한 함대 장병들이 참석한 가운데 입항 환영 행사가 열렸다. 앞서 올해 5월 19일 경남 창원시 진해 군항에서 건조 후 해군에 인도된 군함이 전투 함정으로 편입됐음을 선포하는 취역식이 열린 지 약 7개월 만이다. 해군은 “천안함은 7개월간 실전과 같은 교육훈련과 강도 높은 작전 수행 평가 등을 거치며 전투 수행 능력을 입증했다”며 “그 결과 작전 배치 적합 판정을 받고 2함대에 입항해 본격적인 서해 수호 임무 수행에 돌입했다”고 24일 밝혔다.
특히 19∼20일 천안함은 24시간 동안 밤낮 구분 없이 진행하는 전투 수행훈련인 종합전투훈련도 실시했다. 작전 배치에 앞서 최종 검증 절차로 북한의 동시다발적이고 복합적인 도발 상황을 가정해 그 대응 능력을 입증한 것. 신형 천안함은 평택항 등에서 자체 훈련을 거친 뒤 내년 초부터 해상에 직접 출동해 작전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 천안함 생존 장병 “46명 전우 곁으로 돌아온 듯”
신형 천안함 내부 통로 벽 한편에는 천안함 피격 당시 산화한 46용사의 이름과 피격 당시 상황 등이 표기된 공간도 마련됐다. 신형 천안함 승조원들은 이 벽 앞을 지날 때 의식처럼 46용사 이름을 되뇌며 작전에 임하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군은 전했다.
신형 천안함에는 통신 부사관 류지욱 중사도 승선했다. 옛 천안함 피격 당시 참전했던 생존 장병 중 한 명인 류 중사는 지난해 신형 천안함 근무를 자원했다. 해군 관계자는 “46용사의 명예를 드높이고 싶어 했고 무엇보다 46용사를 대신해 반드시 되갚아주겠다는 (류 중사의)뜻이 확고했다”고 전했다. 류 중사는 해군을 통해 “최신예 호위함으로 부활한 천안함에 승함해서 2함대에 입항하니 46명 전우 곁으로 다시 돌아온 것 같다”며 “13년 전 완벽한 서해 수호를 위해 다짐했던 순간을 가슴에 담고 적이 도발하면 반드시 응징해 전우들의 명예를 사수하겠다”고 다짐했다.
신형 천안함엔 2011년 해군이 구입한 ‘3·26 기관총’ 18정 중 2정도 탑재됐다. 3·26 기관총 18정은 천안함 피격 당시 전사한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씨가 아들의 사망보험금 1억 원과 성금 898만여 원을 기부해 구입한 것이다.
윤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천안함이 새로 만들어져 다시 항구로 들어오는 장면을 봤는데 가슴이 벅차더라”라고 했다. 신형 천안함 승조원들에게 당부의 말도 전했다.
“새 천안함 승조원들은 출동을 나가더라도 어떤 사고도 당하지 말고 아프지도 말길 바랍니다. 그저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바라는 마음, 그것 하나뿐입니다. 나처럼 자식 잃은 엄마가 또 생겨선 안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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