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정치 1번지로 꼽히는 서울 종로·중구의 여야 출마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 위원장은 본인 의사와 별개로 수도권 험지이자 상징성이 강한 서울 종로·중구 후보자로 거론된 바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영남 4선 중진인 하태경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하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로 출마로 우리 당 수도권 승리의 견인차가 되겠다”며 “종로는 우리 당이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곳이다. 수도권 총선 승리의 제1조건이 바로 종로 사수”라고 밝혔다.
하 의원은 “부산 3선 국회의원이 서울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오직 한 가지, 우리 국민의힘이 수도권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라며 “국민의힘은 영남 지지에만 머물지 말고 수도권으로 그 기반을 넓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김기현 지도부는 하 의원이 같은 당 최재형 의원이 있는 종로 출마 의사를 밝힌 것을 두고 “상의를 안했다”며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최 의원도 하 의원의 출마 선언에 불쾌감을 표출했다. 그는 같은날 페이스북을 통해 “누구나 꿈꾸지만 쉽게 다가설 수 없는 것이 종로구이고 종로구민의 마음”이라며 “‘정치 1번지’ 종로구를 지키기 위해 내년 총선에 임하는 각오를 더욱 굳건히 하겠다”고 맞섰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하 의원이 종로를 ‘험지’로 언급한 데 대해 “현역의원이 있는데 그리고 다들 나가고 싶어 하는 곳에 나가는 것을 과연 험지 출마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 저는 좀 의문”이라고 불쾌감도 드러냈다. 최 의원은 당 지도부의 교통정리를 기대하기도 했다.
신당 창당을 예고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신당이 창당될 경우 출마를 희망하는 인사가 예고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같은달 29일 페이스북에 “만약 신당이 추진된다면 이미 종로에 나서고 싶어 하는 인사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적었다.
민주당에서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 곽상언 변호사가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곽 변호사는 민주당 종로구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곽 변호사는 지난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종로구는 종로를 스쳐가는 정치인이 필요하지 않다. 정치적 의미를 복원하면서 미래를 조망할 정치가 필요하다”며 “종로는 다시 활기찬 지역으로 거듭나 사람이 돌아오는 곳으로 복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노무현의 사위로 알려진 사람으로, 노무현의 정치를 계승하는 것이 제 숙명”이라며 “이번 총선에서 종로구를 탈환해 종로구 정치 회복의 주춧돌이 될 것을 다짐한다”고 했따.
오는 28일 퇴임을 앞둔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도 종로구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총장은 “출마와 관련된 입장은 공직을 떠난 이후에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이 총장은 노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참여정부 초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원조 친노’로 분류된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종로 출마 가능성도 언급되지만, 임 전 실장은 원래 지역구인 성동구 출마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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