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노원구 상계동 한 고깃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오늘 국민의힘을 탈당한다. 동시에 국민의힘에 제가 가지고 있던 모든 정치적 자산을 포기한다”며 “앞으로 저만의 넥스트스텝(NeXTSTEP)을 걷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가 탈당과 신당 창당 계획을 발표한 기자회견 날짜와 장소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상계동이 포함된 노원병은 이 전 대표가 세 차례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했으나 모두 낙선한 곳이다. 12년 전 12월 27일은 이 전 대표가 19대 총선을 앞두고 출범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회에 최연소 위원으로 합류한 날이다.
이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수개월 전 당 인사로부터 총괄 선거대책위원장 등의 자리를 제안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전혀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며 “제 선택은 제 개인에 대한 처우, 저에게 가해진 아픈 기억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상상태에 놓인 것은 당이 아닌 대한민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탄핵을 겪으며 비선은 있고 비전은 없는 대한민국을 다시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며 “선출되지 않은 누군가가 모든 유무형의 권력을 휘두르며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모습, 그 사람 앞에서 법과 상식 마저 무력화되는 모습이 반복되는 것은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트라우마”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과거의 영광과 유산에 미련을 둔 사람은 선명한 미래를 그릴 수 없다”며 “잠시 보수정당에 찾아왔던 찰나와도 같은 봄을 영원으로 만들어내지 못한 스스로를 다시 한 번 반성한다”고 했다. 그는 또 정부와 여당을 겨냥해 “과거 정치군인들은 항상 북한의 위협을 강조했다. 직업군인인 그들은 쿠데타를 위해 전방사단까지 동원하는 등 국가 안보를 최우선에 두지 않았다”며 “대통령과 당대표가 모두 군인인 시대를 겪어내고 이겨냈던 우리가 왜 다시 한번 검찰과 경찰이 주도하는 정치적 결사체 때문에 중요한 시대적 과제들을 제쳐놓고 극한 대립을 강요받아야 하느냐”고 날을 세웠다.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과 관련한 포부도 밝혔다. 그는 “제가 하는 신당에서는 이 위기를 정확하게 직시하고 당당하게 표 떨어지는 이야기하겠다”며 “해열제와 진통제를 남발해 이제는 주삿바늘을 꽂을 혈관도 남아있지 않은 대한민국의 중차대한 문제들을 솔직하게 다루겠다”고 했다. 이어 “무책임한 현재의 위정자들과 다르게 저는 제가 지금 하는 주장과 선택에 대해서 30년 뒤에도 살아서 평가를 받을 확률이 높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년 4월, 대통령 한 사람이 아닌 상계동의 꿈, 보편적인 민주 시민의 고민을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정당이 여러분을 대표할 수 있도록 제 모든 것을 쏟아부어 정진하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탈당 즉시 창당 절차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그는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저희 측 관계자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서를 내고 있을 것”이라며 “계획대로 된다면 아마 오늘부로 창준위는 가칭 ‘개혁신당’이라는 이름으로 발족했음을 알려드릴 수 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과의 재결합 가능성에 대해선 “적어도 총선 전 재결합 시나리오는 제가 부정하고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신당 창당 동력이 약화됐다는 지적에는 “한 (전) 장관과 저는 이제 경쟁자 관계로 들어섰다”며 “저는 한 장관이 한다는 혁신에서 좋은 혁신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 전 대표는 ‘(내년 총선에) 불출마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저는 불출마는 염두에 없다. 저는 세 번 낙선을 경험한 도전자”라며 “이번에도 총선 승리를 위해 도전하는 건 당연하다”고 총선 출마를 시사했다. 그는 세 차례나 출마해왔던 서울 노원병에 출마하느냐는 물음에는 “상계동에 출마하겠다는 생각을 잠시도 버린 적이 없다”면서도 “신당을 (창당)하는 과정에 있다 보니 여러 가지 다른 역할이 부여될 수 있다. 그에 맞게 제 거취를 선택할 것이고 상계동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저를 사랑으로 아껴주신 당원들에게 지체없이 알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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