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8일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67)을 교체하고 후임으로 이관섭 대통령정책실장(62)을 임명했다. 지난해 9월 신임 국정기획수석비서관으로 합류했던 이 실장은 지난달 30일 정책실장으로 승진한 지 28일 만에 비서실장으로 이동했다. 신임 정책실장에는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53),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조태용 국가안보실장(67) 후임에는 장호진 외교부 1차관(62)이 임명됐다. 대통령실은 “국민의힘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를 공식 출범시킨 데 맞춰 비서실, 정책실, 국가안보실 3실장을 전면 교체해 쇄신 기조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20개월이면 대통령 임기의 한 3분의 1쯤 된다”며 “소임은 다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 대통령께 (사의)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윤 대통령의 부친 고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제자로,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3실장 평균 나이가 기존 65.3세에서 59세로 젊어졌다. 그러나 이 실장이 정책실장 임명 한 달도 안 돼 비서실장이 됐고, 장 차관도 외교부 1차관 임명 8개월 만에 안보실장에 임명되는 등 측근을 주요 직책에 돌려가며 임명하는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임 외교부 1차관에는 김홍균 주독일 대사(62)가 임명됐다.
김대기 비서실장 교체로 쇄신… 이관섭, 정책실장 28일만에 비서실장 이동
尹지지율 정체-엑스포 등 잇단 악재 이관섭 투입해 ‘소방수’ 역할 맡겨 ‘尹부친 제자’ 성태윤, 정책실장에 1970년생에 국민체감 정책 주문
내년 1월 1일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정책실장에서 비서실장으로 신분이 바뀌는 이관섭 실장은 인선 공식 발표 하루 전날인 27일 정책실 산하 비서관, 행정관들과 송년 오찬을 가지려다 갑자기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인사는 “윤 대통령의 호출에 따라 오찬에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김대기 비서실장 교체 가닥이 잡히면서 비서실장 임명 문제가 논의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윤 대통령 취임 초부터 1년 8개월간 용산 대통령실 안살림을 맡아온 김 실장은 이제 2선으로 물러나고 이 실장이 명실상부한 왕(王)실장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尹, 2기 내각 매듭 뒤 비서실장 교체로 쇄신
지난해 5월 정부 출범 후 주요 고비마다 여권에서 ‘비서실장 책임론’이 제기됐지만 윤 대통령은 김 실장을 신뢰해왔다. 취임 3, 4개월 만에 불거진 ‘사적 채용’ 논란, 대통령 부인 비선 보좌 여파가 확산되고 비서실장 교체 유력 보도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국정기획수석을 신설하며 김 실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대통령 지지율이 30%대 박스권에 갇히고 여권 내 위기감이 커지는 사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패배,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 등 악재가 잇따랐다. “참모들이 윤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지 못한다” “참모는 뒤로 숨고 대통령이 책임을 진다”는 얘기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결국 김 실장과 함께 대통령실 개편과 2기 내각 인선을 사실상 매듭지은 상황에서 김 실장을 교체하고 이 실장을 전진 배치하는 카드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한동훈 비대위 출범에 맞춰 여권 전반의 쇄신 분위기를 키우려는 수요도 김 실장 교체 시기를 당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책실장 임명 28일 만에 비서실장으로 이동하는 이 실장은 지난해 국정기획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된 뒤 용산의 ‘소방수’ 역할을 도맡다시피 했다. 개각이나 주요 인사 등 문제를 두고도 윤 대통령이 이 실장의 조언을 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실장은 “새로운 각오로 대통령을 잘 보필하겠다”며 “민생이 대단히 어렵다. 많이 도와주시고, 또 질책해 달라”고 했다.
● 1970년생 정책실장 “국민 체감 정책 개발”
신임 정책실장을 맡은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1970년생으로 수석급 이상 참모진 중에서 가장 젊다. 성 실장은 고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제자로, 8월 작고한 윤 교수를 추모하기도 했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기획재정부, 금융위, 부처들의 정책 자문에 활발히 참여해왔다. 그는 경제수석, 사회수석, 시민사회수석실을 총괄하며 신설될 과학기술수석까지 지휘한다. 성 실장은 “국민들이 정말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고 조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젊은 경제학자를 기용하는 쇄신 성격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의 후임으로는 미국통, 북핵통으로 주러시아 대사도 지낸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이 임명됐다. 신임 1차관에 내정된 김홍균 주독일 대사는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북핵, 북미 전문가다. 정부 외교안보 라인이 ‘미국 라인’ 일색으로 짜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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