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 당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를 임명했다.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원로학자를 낙점해 당 안팎의 공천 계파 갈등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비명(비이재명)계에서는 임 명예교수가 지난 대선 경선 때 이 대표를 지지했던 전력을 문제 삼으며 “공관위도 친명으로 꾸리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29일 당 최고위원회의 후 브리핑에서 “오늘 최고위에서 공관위원장으로 민주주의의 세계적 석학인 고려대 임혁백 교수를 임명했다”고 했다. 강 대변인은 “임 교수는 한국 정치사 현장과 함께 했고 한국 정치를 일원화해서 갈 길을 제시한 분”이라며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 관리 업무를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당 밖 인사를 공관위원장으로 임명한 데에는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간 갈등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2020년 총선 땐 불출마를 선언한 5선 원혜영 전 의원에게 공관위원장을 맡겼다. 하지만 이번에는 논의 초반부터 원외에서 공관위원장을 찾기로 하고, 후보군을 물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비명(비이재명)계는 임 명예교수의 임명이 ‘친명 공관위’를 만들기 위한 포석이라는 비판했다. 임 명예교수는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이 대표 정책자문그룹인 ‘세상을 바꾸는 정책 2022’ 자문단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원칙과 상식’ 소속인 이원욱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임 명예교수는) 대선 경선 초창기 때 이재명 캠프에 정책팀 일원으로 참가했다”며 “‘또 이재명 사람으로 하는 거구나’라고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비명 재선 의원은 “추후 공관위원 인선 등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위원장만 봐선 ‘탕평’이라는 느낌을 받기에는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했다.
임 명예교수가 공천 관리를 총괄하게 되면서 그가 과거 공천 과정에서 국민참여경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점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임 명예교수는 2012년 동아일보에 기고한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줘라’라는 칼럼에서 “민주주의도 결함이 있고 가장 민주적인 후보 선출 제도인 국민경선제도에도 문제점이 있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고 경선제도를 포기하는 것은 빈대 잡기 위해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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