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표로 첫 만남서 서로 덕담
전날 처리된 쌍특검법은 거론 안해
李, 이태원 특별법 합의 처리 촉구
韓, 회동뒤 “김건희특검 거부권 당연”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취임 인사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찾아 여야 대표 자격으로 처음 만났다. 17분간 진행된 두 사람의 만남은 주로 덕담이 오가는 등 대체로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법무부 장관으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국회에서 보고했던 한 위원장과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는 이 대표가 만남 전까지 날 선 발언을 주고받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야당 단독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을 국회에서 처리한 지 하루 만에 열린 회동에서 두 사람은 특검법 관련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고 한다. 두 사람이 만난 국회 본청 민주당 당대표 회의실 배경에는 ‘김건희 특검, 대통령은 수용하라!’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 韓 “건설적 대화”, 李 “가치 대립 아니면 협조”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당 대표 회의실로 이 대표를 예방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 전 취재진 앞에서 “악수 한번 할까요”라며 사진 촬영을 권했고 한 위원장도 웃으며 호응했다.
먼저 발언에 나선 한 위원장은 “여당과 야당을 이끄는 대표로서 다른 점도 분명히 많겠지만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공통점을 더 크게 보고 건설적인 대화를 많이 했으면 한다”며 “오늘은 대표님 말씀을 많이 듣고 가겠다”고 인사했다. 이에 이 대표도 “한 위원장 역시 일국의 집권 여당을 대표하는 비대위원장으로서 아마 큰 포부가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가치적으로 대립되는 게 아닌 한 최대한 협조하겠다. 민주당은 언제든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이날 한 위원장에게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전세사기 특별법의 합의 처리를 촉구했다. 이 대표는 “법무부 장관 이임식 때 서민과 약자의 편에 서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다”며 “서민이 이태원 참사 피해자분”이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지만 함께 배석한 장동혁 사무총장 등 여당 인사들은 불편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과 민생에 도움이 되는 의정 활동은 당이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선거제도라든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무용한 힘겨루기나 감정 싸움을 하지 말고 (이 대표와) 둘이서 신속하게 결정하자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은 17분 만에 끝났다. 이 대표와 전임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첫 회동 직후 “격주로 밥을 먹자”고 약속했던 것과 달리 추가 만남 약속은 없었다. 한 위원장이 취임 이후 “(민주당은) 검사 사칭한 분을 절대 존엄으로 왜 모시는지 묻고 싶다”고 이 대표를 겨눴고,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집권 여당 대표가 야당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김진표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김 의장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갈등을 조정하는 정치의 본령을 해 나가려면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늘 역지사지하려는 자세가 역시 필요하다”고 제언하자 “더 배우겠다. 아직은 부족한 게 분명하다”며 답했다.
● 韓, 특별감찰반 질문에 “차차 고민”
김건희 특검법을 둘러싼 여야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두 사람은 특검법을 의제로 올리지 않았다고 한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회동 후 브리핑에서 “비공개 회담에서 특검의 ‘ㅌ(티읕)’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두 사람의 상견례 자리인 만큼 “대면 회동에서 불필요한 언쟁을 벌이기보다는 장외 설전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 위원장은 이날 회동 후 “총선을 그걸로 뒤덮고 국민들의 선택권을 침해하겠다는 명백한 악법”이라고 밝혔다. 그는 “(총선 직전인) 4월 9일과 10일에도 종편 등에서 생방송을 하면 국민들이 어떻게 정상적인 선택을 하겠나”라며 “거부권 행사는 국민을 위해서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여권 일각에서 대안으로 거론되는 특별감찰반이나 제2부속실 설치에 대해 묻자 “여러 가지 필요한 정책들이라든가 민생 전반이라든가 당을 이끌면서 필요한 정책들은 앞으로 차차 고민하겠다”며 검토 가능성을 열어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