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북한 전문가가 대북 정책의 초점을 현실적이지 않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서 군비통제와 축소로 옮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 임무센터 부국장보를 지낸 이용석 외교정책연구소(FPRI) 선임위원은 최근 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외교적 해결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길은 있다”며 “미국과 동맹들은 (대북) 정책의 초점을 비핵화에서 군비통제와 축소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정책입안자들은 대북정책의 목표가 무엇인지 물으면 아마도 북한의 비핵화라고 말할 것”이라며 “(그러나) 지난 2006년부터 2017년까지 6차례 핵실험을 거치면서 북한이 비핵화할 가능성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반응은 늘 똑같다”며 △미국과 한국, 일본 및 서방 정부의 공식적인 시험 규탄 성명 △북한과 정권 당국자들에 대한 추가 제재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무력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는 백악관의 성명 △B-2 폭격기의 비행이나 미 해군 함정의 방문 등 무력 과시 등을 거론했다.
이 선임위원은 “불행하게도 이러한 조치들이 북한의 추가 미사일이나 핵 실험을 막진 못할 것”이라며 “미국과 파트너들은 북한이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결과를 기대하며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무력 사용은 테이블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이라면서 미국과 한국 모두 북한과 전쟁을 벌이길 원하지 않는 만큼 다른 대안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 입장에서 북한은 미국의 아시아 구상에 훼방을 놓고 미국의 주의를 끄는 전략적 용도가 있다”면서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관계를 고려하면 이 두 국가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 선임위원은 특히 정책 초점 전환의 첫 단계로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으로서 북한의 지위를 정치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 일부를 폐기하도록 설득하는 게 매우 어렵겠지만, 미국이 6자 회담에서 주장했던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으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보다는 더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에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김씨 일가 통치의 정당성의 기반을 포기하고 체제 전복을 요구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만큼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이 선임위원은 핵무기가 김씨 일가의 지난 70년 통치에서 유일하게 보이는 업적인 데다 이제 와서 미국의 공격을 막는 데 핵무기가 필요 없다고 하면 김씨 일가의 판단력에 의구심이 생기고 북한 주민이 핵무기 개발을 위해 그간 겪은 희생이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선임위원은 미국이 “미국의 지정학적 이해관계에 도움이 되는 한” 다른 나라가 핵무기를 개발해도 모르는 체하거나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은 전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동맹인 이스라엘에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았으며, 파키스탄도 핵무기를 개발하는 동안 미국에서 수십억달러의 군사 지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미국은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인도와 민간 원자력 협력 합의를 체결해 인도의 핵무기 보유를 사실상 인정했다. 핵무기를 개발했다가 포기한 나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뿐이다.
이 선임위원은 “북한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은 인도이며, 미국이 원하는 것은 북한이 남아공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무력을 사용해 이 목표를 달성하거나 지금까지 해온 대로 계속하면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거나 아니면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일부에 상한을 설정하고 핵확산 위험을 줄이기 위해 대담한 행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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