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南, 동족 아닌 교전국… 전 영토 평정 준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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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것들과 통일 성사 불가”
총선 앞두고 대형 군사도발 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8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지난해 12월 26일부터 30일까지 열렸다. 김 위원장은 마지막 날인 30일 회의에서 “북남 관계는 더 이상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말했다. 조선중앙TV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8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지난해 12월 26일부터 30일까지 열렸다. 김 위원장은 마지막 날인 30일 회의에서 “북남 관계는 더 이상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말했다. 조선중앙TV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이 남북 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전쟁 중인 교전국 관계’로 규정했다. 새해를 앞두고 대남노선의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공식 선언한 것. 또 “한반도에서 전쟁이 현실적 실체로 다가오고 있다”며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한국)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하겠다”고 위협했다.

2012년 김 위원장 집권 이래 가장 강도 높은 수위로 전쟁 위협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대형 대남 군사도발을 예고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에 진행된 전원회의 마지막 날인 12월 30일 “동족이란 수사적 표현 때문에 미국의 식민지 졸개에 불과한 괴이한 족속들과 통일 문제를 논한다는 것이 우리의 국격과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북남 관계는 더 이상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월 31일 보도했다. 새해 신년사를 대체하는 회의 발언을 통해 대남·대미 ‘강 대 강’ 적대 노선을 분명히 밝힌 것. 김 위원장은 “우리 당이 내린 결론은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김정은 “핵무력 총동원 南 점령”… 3월 한미훈련때 도발 가능성


대남노선 근본적 전환 선언
“전쟁, 현실적 실체로 다가와”
군사분계선 콕 찍어 “확전 가능성”
박정천, 1년만에 軍1인자 복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무력을 총동원해 남한 전 영토를 점령하겠다’며 선제 핵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쟁이란 말은 우리에게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현실적인 실체로 다가오고 있다”고도 했다. 노동당 전원회의 마지막 날인 지난해 12월 30일 한국을 ‘적대적 교전국’으로 공식 규정하고 집권 이후 가장 강도 높게 대남 위협 발언을 쏟아낸 것. 김 위원장은 미국을 겨냥해서도 “강 대 강, 정면승부의 대미·대적 투쟁 원칙을 일관하게 견지하고 고압적이고 공세적인 초강경 정책을 실시해야 하겠다”고 밝혔다.

군과 정보당국은 이를 올해 총선(4월)·미국 대선(11월) 등을 겨냥한 김 위원장의 대남 대미 대형 군사도발 메시지로 보고 있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3월 한미 연합훈련 즈음부터 미사일과 무인기, 사이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군사분계선(MDL) 등 접적구역에서 예측 불허의 무력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 김정은, 군사분계선 언급하며 “확전 가능성”

김 위원장은 이날 “방대한 쌍방 무력이 대치하고 있는 군사분계선 지역”을 콕 집으면서 “그 어떤 사소한 우발적 요인에 의해서도 물리적 격돌이 발생하고 그것이 확전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9·19 남북 군사합의의 전면 파기를 선언하고 최전방 감시초소(GP) 복원에 나선 북한이 우리 군의 GP 복원 등 맞대응을 빌미로 강력한 국지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핵무력 증강 노선을 내년에도 최우선 과업으로 이어가겠다며 7가지 국방과업까지 제시했다. 2024년도 핵무기생산계획 등 핵무기 생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토대 구축도 강조했다. 군 당국자는 “대남 공격용 전술핵 등 각종 미사일에 장착할 소형 핵탄두를 최대한 많이 제작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지난해 6월 발표한 ‘2023년 연감’에 따르면 북한이 실제 조립한 핵탄두는 30기가량이고, 50∼70기 분량의 핵물질을 보유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은 인도와 파키스탄처럼 150기 이상의 핵탄두 보유를 목표로 할 것”이라며 “올 한 해는 비축한 핵물질의 핵탄두 전환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은 해군 전력 강화와 함께 현대전 특성에 맞는 각종 무인무장장비(무인기) 및 전자전 수단들 개발, 생산을 주문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진수한 전술핵공격잠수함(김군옥함)과 같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장착용 잠수함을 더 많이 건조하란 지시로 풀이된다. 동시에 한미 첨단무기와 지휘통신체계를 겨냥한 재밍(전파 방해) 관련 무기 개발을 독려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앞서 3차 시도 끝에 지난해 11월 만리경-1호급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 올해 정찰위성 3기를 추가 발사하겠다고 예고했다. 4기로 구성된 정찰위성 체제를 연내 갖추겠다는 것. 북한은 자신들의 주요 기념일을 전후해, 우리 정찰위성 발사 일정보단 앞서서 위성 3기를 쏴올리려 할 것으로 우리 군은 보고 있다. 우리 정찰위성 2, 3호기는 올해 4월과 11월 각각 미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발사된다. 북한이 염두에 두고 있을 기념일로는 김일성 생일(4월), 전승절(7월), 정권수립일(9월), 당 창건일(10월) 등이 꼽힌다. 군 당국자는 “김정은이 대내외 과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발사 시기를 이미 마음속에 결정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 박정천, 해임 1년 만 ‘군부 1인자’ 복귀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전원회의 결과를 전하며 박정천 당 군정지도부장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보선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월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서 돌연 해임된 지 1년 만에 ‘군부 1인자’로 복귀한 것.

한미 양국의 제재 명단에 포함된 조춘룡 당 군수공업부장은 이번에 당 비서로 발탁됐다. 러시아에 제공한 포탄 생산 등 북한 군경제를 총괄하는 제2경제위원장을 지낸 조춘룡은 김 위원장의 군수공장 시찰 때 종종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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