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일반병실로… 민주 “1cm 열상은 허위정보, 2cm 자상”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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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 피습]
野 “허위 유포 강력대응” 태세전환
“열상 표현은 상처 축소 의도”… 서울대병원엔 “왜 브리핑 않나”
대책기구 만들어 법적 대응키로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 후 ‘이재명 당 대표 암살 미수
 사건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입장문’을 읽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소속 의원 전원 명의 입장문을 통해 “주요 정치인을 
표적으로 한 테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 후 ‘이재명 당 대표 암살 미수 사건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입장문’을 읽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소속 의원 전원 명의 입장문을 통해 “주요 정치인을 표적으로 한 테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3일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 회복 치료를 이어갔다. 민주당은 이날 당 차원의 ‘이재명 당대표 암살 미수 사건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수사 과정에서 정치적 고려나 축소, 왜곡 시도가 일어난다면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찰에 경고를 보냈다.

민주당은 전날 이 대표의 상처를 “1.5cm 열상”(피부가 찢겨 생기는 상처)으로 표현한 소방당국을 향해선 “명백한 가짜 뉴스(허위 정보)”라며 “수술장에서 측정한 것은 정확히 1.4cm 나오고 육안으로 봤을 때 2cm의 창상(칼, 창 등에 의해 다친 상처)이나 자상(칼에 찔려 입은 상처)으로 보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소방당국은 사건 직후 “목 부위 1cm 열상으로 경상 추정”이라고 했다가 당일 “1.5cm 열상”으로 바꾼 바 있다. 민주당은 서울대병원 의료진이 직접 이 대표 상태를 언론에 브리핑하지 않는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날 “정치적 해석이나 범인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달라”(홍익표 원내대표)며 입단속에 나선 지 하루 만에 공세로 태세를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 野 “李 상처는 열상 아닌 자상”
민주당이 ‘총선 인재’로 영입한 흉부외과 전문의 강청희 전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이날 서울대병원 앞에서 브리핑을 열고 “(일각의 주장과 달리) 의학적 판단에 의하면 (이 대표 상처가) 1cm 열상은 전혀 아니다”라며 “육안으로 봤을 때 2cm의 창상이나 자상으로 보는 게 맞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칼에 의해 가격당해 생긴 상처이기 때문에 열상이란 표현 자체가 맞지 않고 (상처) 사이즈를 (경찰과 소방당국이) 축소하는 의미를 잘 이해 못하겠다”며 “초기에 매우 위중한 상태에 놓였었고 천운이 목숨을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상처의 깊이를 두고 “정확한 깊이는 수술지에 안 나온다”면서도 “피부, 피하층, 근육을 뚫고 혈관까지 이른 걸 보면 상당한 깊이라고 봐야 한다. 내경정맥에 9mm 이상의 깊은 상처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경정맥 둘레의 60%가 손상된 심각한 부상”이라고 했다. 혈관이 모두 절단된 건 아니지만 내경정맥 둘레의 절반 이상인 60%가 훼손된 후 덜렁거리는 상태에서 전날 훼손된 혈관을 봉합하는 혈관재건 수술을 받았다는 것이다.

부산경찰청 수사본부 관계자는 “경찰에서는 공식적으로 상처 부위의 크기를 발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목에 열상이 발생했다는 내용은 소방 당국을 통해 전파됐다는 것. 소방본부 관계자는 “현장에서 눈으로 봤을 때 이 대표의 상처 부위에 대해 파악한 내용으로 의료진이 자세히 진료한 결과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민주당은 전날 이 대표 상태에 대한 언론 브리핑을 취소한 서울대병원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서울대병원은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강 전 부회장은 “의학적 판단은 주치의가 브리핑하는 게 맞는데 공개 브리핑이 왜 없어졌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병원 측이 윤석열 정권 눈치를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대병원 측은 브리핑을 취소한 이유에 대해 “집행부의 결정”이라고만 밝혔다.

민주당은 허위사실 유포에 당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일각에서) ‘정치적 자작극’이라느니 하는 허위 사실이 유포되고 있다”며 “당 차원에서 대책기구를 만들어 법적, 정치적 대응을 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하루 사이 대응 전략을 뒤바꾼 배경엔 총선을 앞두고 경찰에 엄정한 수사를 압박하고 극우 성향 유튜버의 허위 정보 유포 실태를 부각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당 지도부 소속 의원은 “수사 과정에서 이를 축소 및 왜곡하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 그럴 경우에 대비해 미리 당 차원 대응 기구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 李, 일반 병실로 옮겨
민주당에 따르면 전날 2시간 동안 혈전(피딱지) 제거를 포함한 혈관재건술을 받은 이 대표는 3일 오후 5시경 일반 병실로 옮겼다. 이 대표는 수술 후 약간의 물만 먹고 있고 항생제와 진통제 등 회복을 위한 약물 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계에 따르면 혈관재건술 수술을 잘 마쳤다면 1주일 정도 후 퇴원할 수 있다.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상처가 다 아물기까지는 열흘에서 2주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이재명#일반병실#더불어민주당#피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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