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5일 ‘김건희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에 대해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임시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반발하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28일 본회의를 통과한 특검법안을 4일 정부에 이송했다.
정부는 5일 오전 9시 정부서울청사에서 한 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김건희 특검법 등 쌍특검법에 대한 재의 요구를 의결할 방침이다.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 의결 이후 이를 재가하면 정부는 쌍특검법을 국회로 돌려보내게 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무회의에서 거부권 심의 의결이 이뤄지면 윤 대통령은 이를 즉시 재가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4일 동아일보의 통화에서 “신속하게 김건희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한다는 입장에서 변함이 없다”며 “5일 한 총리 주재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쌍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 등 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쌍특검법을 단독 처리한 지 8일 만에 이뤄지는 거부권 행사다. 양곡관리법 개정안(12일), 간호법 제정안(19일), 노란봉투법·방송 3법(22일) 등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다른 사례보다 빠르게 절차를 진행해 특검 수용 의사가 없음을 강조하려는 의도다. 쌍특검법을 두고 “4월 총선을 겨냥한 악법”이라는 정부 여당의 기류가 반영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으로 쌍특검법 거부권 행사 시기가 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대통령실은 별도의 사안인 만큼 분리 대응한다는 기류였다.
민주당은 이날 쌍특검법이 정부로 이송된 직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특검 수용 촉구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대통실과 정부 여당이 국회에서 특검법 통과 직후 10분 만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발표한 건 매우 비상식적”이라며 “법치국가에서 본인, 가족 관련 사항에서 권한 행사를 회피하는 게 상식과 법리에 맞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헌재 권한쟁의심판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 본인과 배우자에 대한 수사가 가능한 법이라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이해상충 소지가 있음을 부각하려는 의도다. 민주당 박주민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이날 “대통령이 입법권을 존중하고, 국민적 요구를 존중하고, 스스로 이야기해 왔던 공정과 상식이라는 우리나라와 사회의 가치를 존중한다면 거부권 행사를 안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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