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법안 손놓은 국회]
83만 영세업체 중대재해법 유예도, 실거주 의무 폐지도 불발
여야, 총선 앞두고 정쟁에만 몰두
1월 임시국회서도 통과 안되면 산업현장-부동산시장 혼란 불가피
이달 27일부터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확대 시행하는 것을 2년 유예하는 개정안이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적용 대상 기업의 87%가 “처벌법 의무 준수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상황에서 경제계는 “산업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분양 주택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법안(주택법 개정안)도 본회의 상정이 불발되면서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는 수도권 단지 입주 예정자들의 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1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9일 열고 법률안 101건을 처리했지만 핵심 민생 법안들은 상정하지 못했다. 중대재해처벌법 2년 유예 개정안은 현재 여야 이견 속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요구한 유예 조건에 맞춰 취약 기업 지원 대책을 내놨지만 민주당이 새로운 조건을 내걸며 협상을 미룬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정부의 공식 사과도 없고 지원 대책도 기존 대책을 짜깁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 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의 중형으로 사업주, 경영책임자를 처벌한다. 지난해 12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기업 1053곳을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아직 법 적용 준비 중’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94%였다. 경제 6단체는 이날 성명에서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조차 안 된 것은 83만 개가 넘는 소규모 사업장의 절박한 호소, 폐업, 그에 따른 근로자 실직 등 민생을 외면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는 “83만7000곳 영세 중소기업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거주 의무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는 수도권 단지는 총 72곳, 4만7575채다. 입주가 임박한 일부 단지에서는 집주인이 전입신고를 하는 대신 월세를 저렴하게 내놓는 ‘편법 매물’이 속출하는 등 현장 혼란이 이미 시작됐다. 여당은 “주택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당장이라도 처리할 수 있다”고 했지만 야당은 “실거주 의무 폐지가 ‘갭투자’를 조장할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다.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비대면 진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도 이날 본회의 상정이 불발됐다.
1월 임시국회 본회의는 이달 25일, 내달 1일로 예정돼 있다. 여야는 “이때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총선을 3개월 앞두고 여야 이견이 큰 상황에서 접점을 찾을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생이란 좋은 타협점이 있는데도 여당은 국정운영 책임을, 야당은 제1 다수당 책임을 지지 않았다”며 “여야 ‘책임의 부재’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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