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습격해 살인미수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김모 씨(67·수감 중)가 “재판 연기로 이 대표가 처벌되지 않는 것에 불만을 느꼈다”고 진술한 것으로 조사됐다.
● 살인미수범 “범행 성공하면 7곳에 8쪽 문서 전달해달라”
부산경찰청 수사본부는 10일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김 씨의 범행 동기에 대해 이같이 설명하며 “김 씨가 ‘이 대표의 공천으로 4월 총선에서 특정 세력이 다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게 하려고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이 대표를 살해할 목적으로 이 대표의 일정을 따라다니기 시작했던 지난해 6월 무렵 ‘남기는 글’이라는 제목의 8쪽짜리 문서를 총 8부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씨는 7746자 분량의 문서에 경찰에 진술한 범행 동기와 같은 내용을 썼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가 써놓은 문서 8부 중 7부는 수신자가 적힌 우편봉투에 담겨 밀봉된 상태로 살인미수 방조 혐의로 이날 검찰에 넘겨진 70대 남성 A 씨에게 전달됐다. 1부는 김 씨가 범행 당시 옷 주머니에 갖고 있었다. 김 씨는 “범행이 성공하면 7곳으로 우편을 발송하고, 실패하면 가족 등 2곳에 보내달라”고 A 씨에 요구했다. 경찰은 A 씨가 실제로 2곳에만 우편을 발송했던 사실을 파악하고 수신지에 도착하기 전 우편물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 압수물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조사와 통화내역, 거례계좌, 행적 등을 수사한 결과 현재까지 공범이나 배후세력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김 씨가 정당 홈페이지 등에서 이 대표의 일정을 파악해 흉기를 소지하고 2일 범행 전까지 모두 5차례 따라다닌 사실을 파악했다. 10만 원짜리 흉기를 지난해 4월경 인터넷으로 구입했고 날을 날카롭게 갈았다. 범행 당시에는 접은 종이 안에 흉기를 넣은 뒤 벌어지지 않게 풀을 붙였다. 김 씨는 이 대표에게 ‘사인해달라’고 접근하면서 숨긴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김 씨의 흉기가 와이셔츠 옷깃을 관통한 뒤 이 대표의 목을 향했는데 바로 피부에 닿았다면 이 대표가 치명상을 입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서울대병원 의료기록을 근거로 이 대표가 목에 1.4㎝ 자상, 깊이 2㎝ 상처를 입었다고 밝혔다.
● 휴대전화 유심 배수관에 숨겨놓고 범행 나서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범행 전날 고속철도(KTX)를 타고 부산역으로 향할 때 천안아산역에 차량을 주차하고 추적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와 지갑을 두고 내리는 치밀함을 보였다. 또, 김 씨는 휴대전화의 유심과 메모리카드를 빼내 역 주차장 배수관에 숨겼다. 범행현장에는 사무용 휴대전화를 소지했다.
경찰은 9일 신상정보공개위원원회에서 김 씨의 얼굴과 이름 등을 비공개하기로 한 것에 대해 “참석 위원 다수가 범행의 중대성과 공공의 이익이라는 신상정보 공개의 요건에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의 당적도 정당법에 따라 비공개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송치 후에도 검찰과 협력해 의혹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씨는 2일 오전 10시 27분경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부지 인근의 대항전망대를 둘러본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며 걸어가던 이 대표를 흉기로 습격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68명으로 구성된 수사본부를 꾸려 9일간 수사를 진행했던 부산경찰청은 10일 오전 10시경 연제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됐던 김 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이날 김 씨는 부산지검으로 호송되던 중 취재진에게 “걱정 끼쳐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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