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으로 모멸, 처단대상 공격받아”
탈당 非明 3인-이준석과 연대 밝혀
“총선 지역구-비례 출마 안할 것”
민주의원 129명 “영광만 누리고 탈당”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총선 90일 전인 11일 탈당을 선언하며 “민주당은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다”고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 5선 의원을 지내고 문재인 정부에서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이 전 대표가 탈당, 신당 창당을 선언하면서 야권과 제3지대 정치 지형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4년 동안 몸담았던 민주당을 벗어난다”고 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민주당은 저를 포함한 오랜 당원들에게 이미 ‘낯선 집’”이라며 “김대중,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다”고 직격했다. 이어 “2년 동안 전국에서 ‘수박’(겉으론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란 의미의 은어)으로 모멸받고, ‘처단’의 대상으로 공격받았다”며 “그런 잔인한 현실이 개선되기를 바랐지만, 오히려 악화됐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전날 탈당한 비명계 ‘원칙과 상식’ 의원 3명을 “동지들”이라고 표현하며 “우선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뜻을 같이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탈당 회견 후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총선 지역구 또는 비례대표 후보 출마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출마 않겠다”고 답했다.
이 전 대표의 탈당에 민주당 내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 의원 129명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단 한 번의 희생 없이 민주당의 이름으로 영광만 누리고 탈당한다”고 했다.
이낙연, 이준석과 연대 묻자 “DJP 연합보다 훨씬 더 가깝다”
24년 몸담았던 민주당 탈당 “후목불가조, 썩은 나무론 조각 못해… 증오의 양당제 끝내고 다당제로 ‘원칙과 상식’ 동지들과 우선 협력” 이준석측, 연대 가능성 부인 안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11일 탈당을 선언하면서 “혐오와 증오의 양당제를 끝내고 타협과 조정의 다당제를 시작해야 한다”며 제3지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2962자 분량의 기자회견문에서 “윤석열 정부는 ‘검찰공화국’을 거의 완성했고 민주당은 스스로의 사법 리스크로 ‘검찰 폭주’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검찰 독재와 방탄의 수렁에서 헤매고 있다”며 “여야는 그런 적대적 공생 관계로 국가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했다. 현재의 양당 구조를 깨고 다당제를 실현하자며 중도층 표심을 겨냥한 것.
민주당 내 비명(비이재명)계인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 3명(김종민 조응천 이원욱)의 탈당에 이어 이 전 대표도 탈당하면서 야권 내 제3지대 연대 시점과 방식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측은 창당준비위원회를 함께 구성할지를 두고 협상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신당’(가칭)을 이끄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측을 비롯해 금태섭 전 의원이 주도하는 ‘새로운선택’, 양향자 의원의 ‘한국의 희망’과의 연대 작업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 李 “원칙과 상식 동지들과 우선 협력”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능하고 부패한 거대 양당이 진영의 사활을 걸고 극한 투쟁을 계속하는 현재의 양당 독점 정치구조를 깨지 않고는 대한민국이 온전하게 지속될 수 없다”며 “극한의 진영대결을 뛰어넘는 새로운 정치 세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후목불가조(朽木不可雕), 썩은 나무로는 조각을 할 수 없다는 공자의 말씀처럼, 지금의 정치로는 대한민국을 살릴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정치 구조 개혁’이라는 목표를 위해 원칙과 상식과 협력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전 대표는 “우선 민주당에서 혁신을 위해 노력하셨던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의 동지들과 협력하겠다”고 했다.
12일 신당 창당 계획 발표를 앞두고 있는 원칙과 상식도 제3지대 연대에 힘을 싣고 있다. 4월 총선에서 기호 3번을 받기 위해서는 현역 의원 수가 정의당(6명)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연대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찍어도 사표가 되지 않는다는 확신을 드리려면 기호 3번으로 뭉쳐야 된다”며 “이 전 대표 말을 들어보고 맞춰가며 빨리 해야 한다”고 했다. 원칙과 상식 소속 또 다른 의원도 “‘꼬마’(소수정당)끼리 경쟁하는 건 큰 의미가 없기 때문에 종국에는 하나로 모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연대 시점과 가능성을 두고서는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이나 대표직을 맡지 않고 뒷받침하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원칙과 상식이 이 전 대표의 총선과 대선 불출마 등 ‘2선 후퇴’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과도하게 거취를 제한하려는 요구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 이준석 향해 “‘DJP 연합’보다 가깝다”
이 전 대표는 이준석 전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이준석 전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양당 독점 정치 구도를 깨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기 때문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은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언급하며 “지금 제3지대에서 만날 사람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만났던 분들보다 훨씬 더 가까운 거리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개혁신당’은 연대 가능성은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태도다. 개혁신당 이준석 정강정책위원장은 통화에서 “이 전 대표 등의 탈당 과정이 순탄하진 않았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창당 일정을 추진해 나가면서 추후 논의할 일이 있으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결국 제3지대가 총선에 임박해선 거대 양당에 맞선 하나의 당으로 선거를 치를 것”이라면서도 “이때까지 상당 기간 주도권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벌어질 것”이라고 봤다. 여권 관계자는 “최근 주요 세력 대표자의 회동 과정에서 상당한 난관, 불신이 불거진 것으로 안다”며 “각자의 지분을 얼마로 계산할지, 비례대표 당선권에 누구를 배치할지 등을 정하는 과정이 지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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