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 기자회견…한미-北 간 치킨게임 양상 우려엔 반박
“시진핑 주석 방한이 합당…日기업들 징용문제 해결 동참”
경제·안보 융합외교, G7+시대 외교, 민생외교 역량 재정비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2일 한미 확장억제를 통한 북한 위협 원천 봉쇄가 양쪽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우려에 정면 반박했다. 우리의 외교가 미국 우선(패권)주의에 끌려 다니는 것도 아님을 분명히 했다.
조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가진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단호하되 굉장히 절제됐다”며 “결국은 자강과 동맹을 토대로 한 국제연대가 해답”이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북한의) 도발이 강화되고 있는데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우리의 안보는 확보되는 건가”라고 반문하며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치킨게임으로 가는 것처럼 비치는 측면이 있을 수 있지만 가만히 있고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을 때 느끼는 불안감은 더 크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전날 밤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취임 인사를 겸해 첫 전화통화를 하면서도 이같은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어제 블링컨 장관과 통화를 하며 이런 저희 입장을 분명히 얘기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조 장관은 최근 북한의 연이은 무력 도발을 놓고는 “여러 전략적인 셈법이 깔려 있겠지만 윤석열정부 들어 한미일 확장 억제력이 커지고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는 우리의 구체적인 노력이 가시화되면서 불안감을 느낀 것으로 본다”면서 “한미일 사이를 갈라치기 혹은 신뢰에 균열이 가게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조 장관은 또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확산 속 우리 정부가 미국에서 어떤 반대급부를 얻어내지 못한 채 끌려다니는 외교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동맹인 미국으로부터 무엇을 받기 위해, 미국의 요구·압력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끌려가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국익에 합당하다고 판단했기에 우리의 결정에 따라 대미 투자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고 미국의 요구 사항을 더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지금의 지정학적·구조적 환경 변화 속에서는 가치를 배제한 채 오로지 실리만을 추구할 수 있는 외교적 환경이 아니다”라면서 “정책적인 변화가 불가피하고 그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가 대미·대중 관계를 어떻게 끌어갈 것이냐는 고민 속에서 나온 결과로 반대급부가 크냐 작냐를 단기적으로 보고 평가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조 장관은 장기전이 될 외교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국민의 관심과 지지가 요구된다고도 했다. 그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장기 게임에서 우리의 사회·경제·정치 시스템과 비용을 과연 얼마나 감당해낼 수 있느냐가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토양과 인프라 없이 외교 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만큼 온 국민이 하나가 돼 헤쳐 나가야 될 엄중한 지정학적 환경에 놓여 있다는 것을 인식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조 장관은 한중 관계에 있어 반중·반한 감정 확산을 우려했다.
그는 “컨트롤 영역 바깥에 있는 지정학적 국제 환경이 한중 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측면이 더 강해 그 환경 속에서 제약 요인을 가장 최소화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면서 “양국 국민들의 상호 정서와 인식이 지난 몇 년간 극도로 악화되고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라고 했다.
이어 “과거 오랜 기간 많은 성과를 축적해온 경제나 인문·인적 교류에 초점을 맞춘 실질적인 협력 사업을 통해 신뢰 증진을 쌓아가는 게 제일 중요하다”면서 “한중 관계는 속도와 규모에 있어 비약적인 발전을 했고 이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뭘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초첨을 맞춰 정책을 추진해야 된다. 기대 수준을 낮추고 작은 일에서부터 하나씩 하나씩 미래를 향해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일중 정상회의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희망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한일중 정상회의 이후 시 주석의 방한을 추진한다는 방침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3국 간 상호 편리한 시기에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양해가 이뤄졌기 때문에 여러 외교 일정과 상황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방한보다 정상회의가) 먼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 주석의 방한은 언제라도 일정이 허락하면 환영한다. 그것(한일중 정상회의)와 연계시킬 필요 없이 별도로 추진해 가급적 조속한 시일 내 오시면 좋겠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북경에 가신 게 6번인데 반해 시 주석은 1번 밖에 없었다. 시 주석이 오는 게 합당한 순서다”라고 언급했다.
조 장관은 강제징용 해법과 관련해서는 “한일 관계의 개선 흐름을 타서 일본의 민간기업들도 함께 배를 타는 마음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노력에 동참해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정부가 발표한 제3자 변제가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할 거의 유일한 방안이라며 “집행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에 봉착한다 하더라도 그 해법을 기초로 문제를 풀어가겠다. 현실적인 문제들은 재단과 함께 피해자들을 일일이 찾아뵙고 이해를 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조 장관은 이날 취임식에서 ▲경제·안보 융합외교 역량 강화 ▲주요 7개국(G7) 플러스(+) 후보국 위상 제고 ▲국민안심 민생 외교 등 3가지에 초점을 맞춰 외교 역량을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외교 인력 증원과 조직문화 개선에도 힘쓸 것을 약속했다.
조 장관은 “우리의 좌표를 어디에 두고 어디를 향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깊이 고민해야 할 때”라며 “외교관이라는 단어가 주는 낡은 직업 관념에서 벗어나 우리 모두 심기일전해 나라의 미래를 위해 한 마음, 한 몸이 돼 함께 뛰자”고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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